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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Room

감독 류승완 : 카이스트 시네마 톡



KAIST 도서관의 명사 초청행사 - Cinema Talk

소개와 함께 강단에 오른 류승완 감독이 인사와 함께 말하더라. 이 동네 문화생활 콘텐츠가 참 없나 보다. 나 같은 사람을 보러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다니..


나의 경우는 연구소에서 가끔씩 나오는 공연표로 문화예술의 전당에 가는 정도인데 이렇게 소위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건 사실이다. 지인한테서 들은 바가 있어 금방 검색해 보니 카이스트에는 이런 도서관 행사 외에도 정기적인 문화행사가 있긴하다.




아무튼 강연을 듣기 위해 식사자리에서 조금 일찍 나섰다. 

장소는 창의학습관. 길헤메는데 시간이 소비될 것을 예상해서 며칠 전에 사전답사를 끝낸 상태라 목적지에 직행할 수 있었다.



 건물 앞에는 원래 강연 관련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이 '옷고름' 현수막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본 적은 없지만 김태희가 나오는 사극을 패러디해서 축제를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사려된다.



악의는 없지만서도 창의학습관이라는 이름이 오늘따라 묘하게 보인다는..

창의를 학습할 수 있는건지...




▼ 중앙 스크린에서는 오늘 강연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고 앞에선 학생들이 뭔가 열심히 준비 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연 후의 다과회를 준비하는 거였다.




▼ 역대 학장들인듯


그러고 보니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내가 본 게 있던가..


▼ 강연장 앞에는 못보던 안내장이 보이고




▼ 오늘의 강연이 열리는 창의학습관의 터만홀.

카이스트를 창립할 때 조언을 준 인물이라고 기억함.


그렇게 10분 정도 일찍 강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

2층의 객석까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500석 전후였지 않나 싶다.

맨 앞자리에 앉고는 그다지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



남은 10여분 동안 화면에는 메이킹 필름 화면이 나왔다. 

주로 짝패, 부당거래,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의 영화 등이 보였다. 



중간 중간에 각 영화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 화면이 나오던데 무술감독이자 배우였던 그 분 말씀으론 류승완 감독이 한국영화에 액션을 정형화했다라고 평가했다.


그 밖에 부당거래에서는 인간 사이의 먹이사슬에 관심이 있는 시기에 본 시나리오여서 만들게 되었다는 것과 





액션은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1대1 대결신이 가장 흥미롭다는 것


그리고

짝패에서 배우로 나서긴 했지만 다른 훌륭한 배우들과의 공동작업을 위해 다시는 배우로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영화 베를린 첫 촬영 때 여러 세팅을 지시해야하는데 수백명의 스텝과 액스트라를 앞에 두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경험도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한 영화관에서 여덟개 관에서 영화를 동시에 개봉한다면 그기엔 여덟개 버전의 영화가 존재한다는 말도 했다. 영화 제작자들이 지정한 음향, 색상 정보 세팅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옛날 작품도 어느 독일 영화제에서 제대로 나온 색감으로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이야기는 질의응답을 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들이고

강연 앞에 혼자서 20-30분 정도 한 얘기는

 


예술이 힘든 세상사에 휴식이 되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

하지만 요즘은 작은 모바일 기계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단순히 영화가 '소비되는 것'으로 전락된 듯 여겨진다는 것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영화를 음미하거나 같이 온 사람과 영화에 대해 얘기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로 밝은 쇼핑몰로 내 몰리는 영화관의 구조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20대 영화를 시작할 때 주변에 너무나 뛰어난 이들이 있어 힘들어 했다는 것도.

이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자기는 그런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런 콤플렉스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자기는 그렇게 뛰어는 감독이 아닌데 영화 '쉬리'가 성공한 후에 영화산업의 부흥등의 조류를 잘 탔다는 것 등...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나름 영화판에서 자리를 잡고 유명세를 얻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 받는 그 인데 스스로에 대한 평이 소위 '성공의 법칙'을 잘 만족하고 있었다.


이야기 내내 시종일관 자신은 정규적인 영화 교육도 못받고 이래저래 어쩌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올라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자신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 올 수 있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가 뜨였던 사실은 '여러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부딪쳐 나갔다'는 것이다. 


TV나 잡지에서 많은 '소위 성공한 이'들이 성공비법을 어느 에피소드나 유명한 구절 들을 언급하며 말하는데 대부분은 어쩌다 성공했고 그 알 수 없는 성공의 비법을 매체에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수단을 쓴다는데 나는 동의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현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여러 상황에 적극적으로 부딪친데 있다고 본다. 많은 이들은 낯선 환경에 부딪치길 꺼리고 몇 번 실패하면 포기하고 만다. 성공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그기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 말이다.



그래도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한 말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가지라는 거였다. 자신에게 묻고 자신이 해답을 찾아라는 것.


인생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영화와 같은 예술작품을 볼 때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놓쳐버리고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 인생은 재미없게 되어 버린다고.



바로 앞 글에 오펜하이머에 대한 글을 썼는데 그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평전을 쓴 저자가 젊은 시절 그가 소장이었던 고등과학원에서 일했고 만나서 이야기 일을 회상한 구절이 나온다. 

오펜하이머가 물었다.

"물리학에서 새로운 것과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저자는 그 중의 한가지를 답할 수 있었다고 했고 이후에 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 분야에 있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키는 것만하고 조직과 분위기에 맞추고만 살면 곧 삶은 시시하고 피곤한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
강연 후 청중들은 홀에 마련된 다과를 했고 창의관 밖에서 커피와 담배를 하고 있는 감독과 얘기하는 학생 무리들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생략을 했는데 영화 관련 시나리오나 특수효과 등을 직접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고 다수가 그런 학생들의 질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월급이 80만원이라고 밝히며 감독의 수입을 묻는 '당돌한' 학생의 질문도 있었네.


2013년 5 9일 목요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