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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Room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다



내가 삼국지를 읽은 건 초등학교 3-6학년 즈음 어린이를 위한 삼국지 상.하를 읽은 것이 전부였다.  말 그대로 어린이가 이해할만한 주요사건 및 인물묘사가 두권에 압축되어 있다. 


도원결의에서 부터 조조가 정권을 잡고 삼고초려로 제갈공명이 등장하고 천하가 삼분되고..

내 기억이 맞다면 관우와 장비, 그리고 유비가 뒤이어 죽은 후 공명이 출사표를 내고 위를 공격하다 공명마저 죽고 난 후에 그 책은 짧은 이후의 묘사로 끝이 난다. 


유선과 강유의 촉과 사마씨가 위를 뒤업고 진을 세우고 천하를 통일하는 이야기는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다.




8월 말 경으로 기억하는데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구매하여 아이패드에 담아서 틈틈히 읽기를 한달 좀 넘어서  마쳤다. 이 전에도 아이패드로 여러 책을 봤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그 위력을 느꼈다고 할 수 있겠다. 열권의 책을 담을 수 있고 조명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읽을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꽤 공들여 번역한 책으로 보이는데 다른 번역판을 읽어 보지 않아서 다른 책들과의 비교는 삼가하겠다. 한가지 번역본 조차도 여러번 읽어봐야 비로소 맛을 알 수 있을 터인데 고작 한번 읽고서 무슨 평을 하겠는가.


그래도 일독한 바로는 왜 삼국지를 꼭 읽어봐야하는지 여실히 절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역사소설일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용은 이미 동양 문화에 녹아 스며들어 현재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고사들이 인용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표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책을 보면서 새삼 놀랐다. 


사마염의 진에 의해 삼국이 통일되는 것을 보고 

'오래 통일되어 있으면 반드시 나뉘고 오래 나뉘어져 있으면 반드시 합쳐진다'

는 돌고도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황제라는게 어떤 정당성을 가지고 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 의구심도 들었다. 유비 형제나 제갈공명이 그토록 한나라 종실을 다시 세우고자 노력을 했건만 어떻게 보면 한나라도 무력으로 세운 나라일 뿐이고 그 종실을 다시 세우고자하는 것은 촉을 세우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본다.


조조 가문이나 사마중달이 힘으로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이 비난을 하는데 그들에게 정당성이 부족할 지언정 적어도 그들은 능력은 있었기에 나라를 보존하고 결국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뭐, 정당성이라는 것도 역사를 보면 결국 힘있는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 조조나 사마씨 가문을 꼭 정당성으로 욕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덕있고 능력있는 왕실이 존재한다면 그 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를 보면 나름 덕있는 이들이 세운 촉과 오는 못난 후손이 권좌를 계승하여 나라를 파탄나게 해버렸고 정당성에 의구심은 있지만 나름 능력은 있는 조조와 사마 가문은 나라의 세를 유지하여 결국 삼국을 통일하는데 이른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에 나온 (아마도 2012년) 주윤발이 조조역을 맡은 '조조'에서도 볼 수 있다. 그기에선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한 조조를 다른 이들이 몰라주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건 누구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여러 결점이 있음에도 가문과 나라를 잘 보존한 조조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삼국지를 읽다 보니 나중에 시간이 나면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시바료 타료가 쓴 유방과 항우라는 책이 있는데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한나라 건국사는 어떠한지 무척 궁금하다.


그 다음은 '대망'을 읽어 보고 싶다.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대폭 할인을 하던데 고민 중이다. 

3부에 해당하는 시바료타료의 책은 거의 가지고 있는데 '언덕위의 구름'은 없으며 그 내용이 대망안에 있다. 

해군 시절 정말 재미나게 읽은 소설인데 그 소설로 말미암아 료마가 간다 등 시바료 타료의 책을 탐독하며 일본의 근대사를 자연히 많이 알게 되었더랬지.

 

적절한 때를 봐서 고전을 다시 찾도록 하자. 


2013년 10월 3일 목요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