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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日本の物語

바람이 분다, 세 번째 보다


"비행기는 아름다워도 

비행기의 역사는 아름답지 않다."

-생떽쥐페리-


▲극에 나오는 시험비행에 성공한 비행기


요약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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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마라톤을 하고 잠시 쉬고 다시 14시 25분 영화를 보기 위해 나섰다.

그냥 푹 쉬고 싶었는데 그렇게 나서는 걸 보고 꽤나 곰탱이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다.

수면부족도 있었고 결국 영화 초반에는 잠시 졸았다.


오늘의 글의 화두는 아래와 같다. 

  • 연구비와 개인
  • 하야오 감독이 왜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와 그의 성장배경
  • 영화를 본, 그리고 볼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


자 그럼 또 시작해 보자.

전쟁은 대형연구의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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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구비 문제가 자주 거론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특히 소수 분야 및 소수 그룹에게 돈을 몰아주는 것이 심한데 이러한 전략은 전반적인 과학적 저변을 넓히는데 좋지 않다. 


노벨상이 좋은 지원을 받고 우수한 인재가 모여있는 곳에서 나올 확률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다소 엉뚱해 보이는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지원이 있을 때에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나 싶다. 꼭 노벨상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자면 말이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처럼 소수의 인재에게 막대한 투자를 하는 시스템은 스포츠 분야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다소 의문을 갖게 하지만 똑 같은 전략이 과학분야에도 적용될지 의문이다. 그런 투자는 기존의 것들을 단기간에 잘할 수 있게 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과연 얼마나 창조적인 업적을 낼 수 있게 하는지 모르겠다.


연구비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위의 글에서는 샛길로 빠져버렸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에는 개인이 할 수 없는 연구가 많다는 것이다. 극 중의 카프로니 백작 조차 비행기 개발에 정부의 도움 또는 허가가 있어야 가능했다. 그러니 가난한 나라의 한 청년이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비행기를 개발하겠는가. 


당시 세계적인 불경기를 일본도 피해갈 수 없었고 일본의 국가재정도 최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비용으로 국가예산의 50%정도를 군비로 사용했으니 시대적 상황에 호소하며 국민에게 너무나 잔혹한 요구를 한 거의 광기에 광기에 가까운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이 없었다면 주인공 지로는 연구도 못했을 것이고 그의 제로센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시대적인 상황을 제쳐두고라도 몇 번 영화를 보는 중에 막대한 연구비가 필수적인 연구를 하고 그 연구가 일생에서 절실한 사람에게 전쟁이 만들어 주는 그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여러번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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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 처음 영화를 본 후 쓴 글에도 적었지만 원자탄도 마찬가지다. 당시의 미국의 부와 인적 동원력이 없었다면 원자탄은 그렇게 빨리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레이저나 여러 전자통신 기술 등 2차대전 시기에 개발된 기술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전 후에 빠르게 실용적으로 응용되어 미국산업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런 국가적인 지원이 개인의 일생은 물론 시대적으로 드문 상황이고 그 기술 개발이 어떤 일을 일으킬지 불명확할 수도 있고 맨하탄 프로젝트처럼 수천 수만의 사람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면 과연 정황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주어진 연구비를 내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영화 속의 주인공의 국가관과 전쟁에 대한 생각은 모른다.

적어도 지로와 카프로니 백작 및 융카스 박사에게는 비행기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꽤 순수한 열정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우익이고 전쟁에 동조했다는 것은 지금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작용했다고 보고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고 본다.



▲ 극 중에 나오는 비행기의 실제 모델


하야오 감독은 왜 마지막으로 이런 주제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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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현 세대에게 역사를 뒤돌아 보게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했다.

단 1%라도 그런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여전히 보고 있고...


그리고 최근에 씨네21 (전자)잡지를 보니 그의 백부가 비행기 회사를 운영했다고 하고 하야오 감독의 아버지가 그 회사의 공장장이었단다. 그러니까 하야오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 날 것에 익숙해 왔고 어느 기간 동경해 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껏 그의 영화에 나오는 날 것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영화에 앞 서 제일 먼저 날 것을 스케치했다고도 한다. 이런 성장배경과 동경을 본다면 '바람이 분다'에 나오는 지로라는 소년은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야오 감독 자신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극의 주인공의 모델인 호시코시 지로


▲ 카프로니 백작

영화관에서 처음 세 번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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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세번이나 보게 되었는데 보다 보니 볼 수록 우러나는 맛이 있더라.


'익숙해진 뒤에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다'


평소 이렇게 자주 생각하는데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때는 어슬픈 모자이크로 보이던 것이 다음 그리고 그 다음에 볼 때는 꽤나 잘 짜여진 구조에서 최소한으로 최대한을 말하려는 절제의 미학으로까지 생각되더라.


오늘 특히 눈에 띈 장면은 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비행장으로 떠나는 지로는 방에서 마중하는 여주인공의 표정이었다. 웃는 얼굴은 그가 돌아서자 미묘하게 어두워지고 슬픈 눈빛으로 변한다. 그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에서 그런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참 신기했다.


약혼자의 각혈로 지로가 급히 동경으로 와서 정원을 가로질러 둘이 재회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고원병원에서 지로를 보기 위해 온 여주인공과 지로의 기차역 재회 장면도 길이 남을 것이다. 둘이 다가서서 부둥켜 앉는 장면에서 여주인공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듯이 지로의 품에 앉긴다.


그 밖에 지로가 설계를 하는 도중의 손동작이라든가 책상을 끌어 당기는 모습 등 세세한 동작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도 이제 눈에 들어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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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최근에 다소 급하게 많이 봤긴 했다.

그래도 좋은 영화여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고 앞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및 지브리 스튜디오에 관심이 생겨서 앞으로도 가끔 챙겨 볼 생각이다. 


씨네21 기사는 꼼꼼히 다시 보고 요약을 하든가해서 '바람이 분다'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작들에서 느낀 감성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품고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행여 이 영화로 좀 불편해 하더라도 전작들과의 느낌들과 평균을 내서 그에 대해, 그의 영화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한다. 


사람은 그렇게 0과 1로 이루어진 2진법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2013년 9월 15일에 영화를 보고 16일 새벽에 글을 쓰다.

2. 씨네21 9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