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롯데시네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과연 유아들도 볼만한 영화인가
영화를 두번째나 보는 것은 앞 글에서 설명했으므로 지나가자.
이 번에는 집중하기가 꽤 곤란했다.
앞에서 7-8번째 줄 중앙에 앉았는데 좌우로 가족들이 있었다.
왼쪽 가족은 4-6살로 보이는 딸아이를, 오른쪽 가족은 4-5살 남자아이 한명, 6-8살 여자아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왼쪽의 여자아이는
'담배를 왜 피는거냐?'
'저거 꿈꾸는 거냐'
'00는 뭐냐'
는 등 끊임없는 질문을 부모에게 해댔다.
영화 보느라 몇개의 질문은 무시해도 많은 경우에 딸아이에게 대꾸를 해줘서 왼쪽 가족은 계속 속닥거렸다. 내 바로 옆의 여아의 아버지도 팝콘을 꽤나 열심히 씹어대는 바람에 전반 한시간 정도는 꽤나 거슬렸더랬지.
오른쪽 가족의 경우는 어린 꼬마 남자아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 아이도 팝콘을 열심히 먹어댔다. 가끔씩 콜라를 꼬로록 빨아들이고.. 한시간 정도 지나니까 지겨워서 몸을 비비꼬고 도중에 화장실에 다녀오고...
팝콘이나 음료수는 나도 가끔 먹었는지라 그것땜에 비난하기는 좀 그러한데 역시 양쪽에서 팝콘을 씹어대니 꽤 거슬리더라. 영화에 집중을 하면 잘 안먹기도 하는데 양쪽의 둘은 꽤나 성실히 먹어댔다.
이 영화는 전체 상영가(12세 이상 상영가라고 본 듯도 한데)더라. 영화관 안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꽤 보였다. 사실 영화 내내 일어서는 경우도 있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목소리 크게 부모에게 이래저래 말하곤 했지.
그너자나 비행기나 전쟁에 대해, 그리고 꿈과 현실 이야기도 잘 구분 못하는 어린아이 또는 유아들이 와서는 계속 질문을 해대거나 지겨워하는 것을 보니 참 씁쓸하기도 했다.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영화를 보고 싶은 부모들 탓이긴 한데 이런 내용일지 어떻게 알았으랴. 주말에 가족이 전체 상영가 영화 한편 보겠다는데 어쩔 수도 없고.
토토로나 벼랑위의 뽀뇨처럼 이쁜 캐릭도 없다. 천공성 라퓨타나 나오시카에서처럼 환타지적인 부분도 없다. 관동대지진, 2차대전, 전투기, 설계사, 힘든 사랑 등 대체로 주제들은 무겁기만 하다.
그냥 가족이 영화 볼 돈으로 나중에 DVD를 하나 사서 집에서 여러번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배경 설명도 좀 해주고 중간중간 설명해주고...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인데 앞 줄의 20대 초반 아가씨들은 지루해서 도중에 나가버리더라.
좀 므흣했지만 한편 이해도 갔다.
두 번째 보니 다른 점은 ?
집중이 잘 안되어 그렇게 상쾌한 정신상태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두 번째 보니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상황을 간단히 스케지만 하고 지나가버려서 인과관계를 이으며 따라가기가 좀 바빴다.
하지만 두 번째로 보니 전체적인 흐름은 익숙해져 있고 좀 더 세부적인 것들이 보였다. 주인공들의 세부적인 표정이나 말과 행동, 몸짓이 뜻하는 바, 표현하는 바를 좀 더 음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비행기장이 나온다. 병든 몸의 처가 함께 있어 줄 때 설계를 마친 그 비행기를 마침내 만들어서 시험비행하는 날이다. 시험비행 때문에 며칠째 비행장에 머물고 있는 지로는 처가 산 속 병원으로 떠난줄도 모른다.
시험비행이 끝난 순간 지로의 왼쪽 시야에서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고 지로는 그 곳에 한동안 시야를 고정하고 멍하게 있게된다. 바람이 그 두 사람을 엮었듯이 바람이 두 사람의 이별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아마 그 바람은 병원으로 돌아간 혹은 돌아가는 도중 지로의 아내가 숨졌음을 말해준다.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바람의 역할을 집중해서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내일 세 번째 보면 또 무엇일 보일까?
소모적인 이분법적인 논쟁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영화때문에 한일 양국에서 엄청 욕먹고 있다고 한다.
일본 사정은 잘모르겠지만 며칠 전 지브리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흥행에 꽤 성공해서 감사하다는 말이 적혀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흥행과 동시에 2차대전에 사용된 전투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온건한 이들로 부터 비난을 받고 있고 2차대전에 일본이 행한 범죄를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처리해야한다고 발언해 우파들에게도 비난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도 제로센을 다룬 점 때문에 '전쟁미화' 등으로 꽤 비난을 받고 있다. 동시에 최근에 지브리 홈페이지에 올린 영토문제 관련 법률 개정 글때문에도 많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 보인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만 봤을 때는 그리 전쟁미화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단 영토문제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하여 아직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 글에서는 독도도 언급되지만 주로 중국과의 국경문제가 주로 다루어진다고 한다더라. 문제의 글도 어느 중소 언론이 부분만 발췌해서 문제화 한 것인데 내가 찾아보니 7-9쪽으로 꽤 긴 글이었다. 그런 글은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지 영토관련 발언 부분만 떼어내서 자기 유리한 대로 말하는 건 제대로 된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사람들이야 믿고 싶은 것만 믿겠지만.
인간의 본성이야 신대에 따라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에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많은 분쟁들이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그냥 너무 쉽게 비난해 버린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 번 작품을 보고 이제껏 좋아했다가 실망이라는 사람이 제법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은 연애를 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평가할 때는 한 두가지 행동이 아닌 평균적으로 평가해야하는데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과 글을 보고서 좋아하다가 이 한 작품으로 손쉽게 평을 뒤엎어 버린다면 좀 경솔하다고 본다. 아예 비판을 접든가 속내를 알고 싶으면 시간을 들여서 그의 글을 찾아 읽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나저나 언젠가 시간이 되면 영토문제와 관련된 그의 글을 번역해서 올려 볼 계획이다.
이 영화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조금 관심이 생겼으니까.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風立ちぬ、いざ生きめやも
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 구절이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나온 동명의 소설을 모티브로 영화화했다는데 그 소설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다. 소설은 호리 타츠오(堀辰雄:1904-1953)가 1938년 발표한 작품이고 이 구절은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집에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 링크를 따라 가 보면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일본어 사이트이다.)
http://ja.wikipedia.org/wiki/風立ちぬ_(小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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