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이 분다'의 주제가 '비행기 구름'이다. 1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비행기 구름을 계속 만들어가는 장면만 나오니 음악만 틀어놓고 글을 읽으면 좋겠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영화로세
영화가 상영되기 전부터 논란이 많은 영화였다.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미야자키 감독이 왜 2차대전 때 일본의 전투기를 만든 인물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야자키 감독이 최근에 '일본 젊은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고 배상해야한다 ' 등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뭔가 엇박자이지 않나?
이 글의 초반부에서는 영화의 배경에 대해 좀 알아보고 뒤에는
침략전쟁을 미화한다는 관점과 할말은 하는 지식인이라는 두가지 면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 살포시 두드려 보고자 한다.
연합국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제로센
밀리터리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다면 제로센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차대전 초반 일본이 참전했을 때 다른 유럽, 미국 전투기보다 월등한 속도로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그 전투기이다.
연합군은 이 전투기때문에 꽤 애를 먹는데 이후에 어느 점에 불시착해 있는 제로센을 회수할 수 있었다. 거의 손상되지 않은 그 기기를 분석함으로써 제로센의 장단을 분석하여 약점을 공격하고 뒤에 제로센이 붙었을 때 어떻게 회피하는지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후반으로 치달을 수록 연합군의 배행기 성능이 제로센을 압도함에 따라 제로센은 종이비행기로 전락하고 만다.
*
9월 6일 21시 25분 영화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그 안에서 어느 가족으로 보이는 무리가 있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가족들에게 제로센에 대해 설명하고 있더라.
바로 카미카제(神風)에 사용된 비행기가 저 제로센이라고.
카미카제는 바람의 신이라는 뜻이고 옛날 몽고군의 침략을 태풍으로 막았을 때도 이 신이 일본을 보했다고들 얘기한다. 아무튼 2차대전때는 비행기를 타고 연합군의 군함이나 주요시설에 자살폭격하는 무리들을 일컫었다.
이래저래 제로센의 이미지는 최악이다.
혼과 열정을 경배하는 일본
아래 사진과 같은 일본의 산사 앞에 세워져 있는 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토리이(鳥居)라고 하는데 새의 문이라는 뜻이란다.
일본인은 사람이 죽으면 혼은 살아서 하늘로 간다고 믿었는데 이때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신사에 모시고 그 앞에 문을 세워서 죽은 이가 하늘과 소통하기 쉽도록 했다고 들은 바 있다.
재밌는 건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정치가나 장군 뿐만 아니라 학문이나 기술적으로 빼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도 이 신사에 모시고 신으로 떠받드는데 이는 한가지 일에 평생 열정을 바친 것에 대한 경의라고 본다.
나는 영화 '바람이 분다' 도 비행기에 대한 열정, '열정 그 자체'를 다룬 영화라고 본다. 2
제국주의와 결부시켜 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고자했던, 일본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써 바라본다면 좀 더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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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만화가 있었는데 바로 '허리케인 죠'였다.
투박한 만화체고 오래된 만화라서 안보다가 30대 초반에서야 보게된 만화인데 대부분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강렬한 이미지는 잊을 수 없다.
챔피언과 시합을 치루는 주인공이 죽은 육신으로 마지막까지 싸우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의 복싱에 대한 열정, 투기가 죽은 육신마저 일으켜 싸우게 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만들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웃나라 사람들이다.
예로부터 동양에는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우리 옆동네 사람들은 좀 더 강조하고 경배해 오고 있다.
영화 속에 사랑이야기가 없다고 ?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그리고 싶었다"
라고 말한 미야자키 감독.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의문과 공감을 받기 힘든 사랑을 보인게 아닌가 싶다.
애인이 다 죽어가는데 밤낮으로 일만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애태우거나 그의 이기심에 분노한 사람들도 꽤 보인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일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와 같이 산 속 병원에 같이 가서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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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보기 드문 사랑이었지만 분명 큰 사랑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기 만남부터 보면 그들을 이어준 것은 바람 그리고 비행기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옆에서 아내가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그래서 좀 더 가까이 와서 일하고 손을 잡아 달라고 한다.
주인공이 비행기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자기의 꿈을 쫓는 것과 동시에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다.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그 동안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일했던 것이다.
여전히 여자를 위해 일을 버릴 수 있는 로맨티스트적인 선택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그렇게 사랑한 그들에게 결코 돌을 던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둘은 그런 사랑을 선택했고 짧았지만 행복했다. 원망하지 않고 선택에 책임질 수 있었다면 그들은 어른의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제로센과 원자폭탄
위의 글들이 영화를 변호하는 하는 듯 해도 이 영화의 제국주의는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솔직히 영화를 볼 때 비행기에 그려져 있던 빨간 동그라미에 나도 조금은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영화속 주인공이 만든 비행기가 2차대전에서 연합군의 피를 흘리게한 전투기임은 확실하다. 미야자키 감독이 자신의 언어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순화 및 미화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단지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고 싶을 것일 뿐'이라고 계속 말하고 있어도 말이다.
감독도 이런 역사와 한 개인의 꿈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것이 다음의 영화속 대사가 아닌가 싶다.
"아름답지만 위험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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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자면 떠오르는 2차대전에 개발된 또다른 살상무기가 있으니 바로 원자폭탄이다.
재밌는 건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과학자들(사실 상 미국-유럽의 연합군 과학자 수백 혹은 수천명)은 그다지 제로센 개발자만큼 비난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의 원폭개발에 대항해 만들었고 만들어진 그 원자폭탄으로 일본을 응징했다는 명분이 있어서 인것 같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라는 책을 보면 그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한 파인만 및 여러 과학자들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사람들은 부담없이, 불편함 없이 그 책을 잘 읽는다. 그 책은 그저 흥미로운 과학 에세이일 뿐이다. 그런데 일본사람에게도 과연 그럴까?
초점이 조금 흐려진 듯 느껴지는데 관점과 입장의 차이가 만드는 불편함을 떠올려 줬으면 한다. 원폭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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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맨하탄 프로젝트에서 원폭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그 원폭이 가져올 재앙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미래의 재앙에 대한 고민보다는 정말 작동하는 물품을 만들어 시험해보고자하는 호기심이 더 강렬했다.
지금의 일반인들에겐 원자폭탄이 세계 정치지형을 어지럽히고 북한이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고 위험한 상상도구라고 생각될 지 모르겠으나 당시의 학자들에겐 원자속에 감추어진 미지의 힘을 밝혀내는 실험이자 모험이었다. 위에서 말한 언어로 말하자면 그들이 평생 열정을 바쳐온 바로 그것이었다.
현대의 우리는 대부분 그 때 원폭투하를 결정한 미국의 대통령이나 이후 러시아나 다른 나라의 원폭 개발에 대해 논하지 원자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들을 별로 비난하지 않는다.
위에서 조금 이른 타이밍에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비행기에 제로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전투기로 사용한 일본의 정치가와 군인의 죄가 더 큰 것일까 아름다운 단지 비행기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위해 평생 노력했고(영화 속에 그려진 모습을 다 믿는다면 말이지) 결국 성능 좋은 비행기를 만든 설계자가 더 나쁜 것일까.
조금 과도한 예이지만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 보면 ..
야구 방망이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방망이를 사용해 때린 사람이 잘못일까 아니면 야구를 발명한 사람이 잘못일까...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많은 이들은 이 번 영화를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실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껏 그가 보여줬던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고 바른 역사 인식을 보여준 면에 대해 혼란을 가진 듯하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가 마지막까지도(이 영화로 장편영화 제작에서 은퇴했다.) 일관된 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번 영화를 내 관점에서 두가지로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열정에 대한 영화 (제로센 제작자였다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너무 무겁다.)
2. (일본) 젋은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아는지 모르겠는데 올해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근대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이 것이 무슨 뜻인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시라. 누가 우리 근대사를 감추고 싶어하고 왜곡하고 싶어하는지. 역사를 모르는 민족이 어떻게 되는지를..
재밌는건 일본은 학교에서 이미 근대사 교육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본 많은 일본인들은 옛날 한국을 침략한 것에 대해 미안해 하고 큰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물론 명분이 있고 정당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이런 생각은 30, 40대 이후에나 있지 요즘 젋은 세대는 별 생각이 없다.
몇 년전 한국의 모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 독도의 존재조차 몰랐던 많은 일본인들이 독도에 대해 알게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즈음에 정권을 잡은 자민당이 그 일을 좋아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선동에 당하고 나쁜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아래의 예고편을 보시라.
초반부 자막에 나온다.
'옛날 일본은 전쟁을 했었다'
라고...
그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상과 사랑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또는 우리는 옛날 관동대지진 때의 참상과 전쟁을 또 한번 돌아 볼 기회를 갖지 않을까?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미야자키 감독이 아주 중요할 수도 있는 그의 마지막 작품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주제를 담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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