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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Room

물리학자 부부




몇 년 전에 이 연구소에 2년간 연구원으로 있다간 인도인이 있다. 남편이 스페인 사람인데 교토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집은 교토에 구해서 여자분이 매일 교토에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온다고 했다. 가끔씩 차마시고 밥먹으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고 딱 그 정도였다.

그 후 그 부부는 브라질의 연구소에 갔다는데 최근에 다시 이 연구소에 머물고 있다. 몇 주간 연구차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다소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그 여자분이 하시는 일이 나랑 그리 먼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어 그 분의 이름으로 논문 검색을 해봤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도의 어느 핵연구소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 대학원 학생 때 출판한 논문들인 듯 했다. 그 이후 2000년 중반부터 유럽의 연구소 소속으로 논문이 나오기 시작하던데 2007년부터인가는 논문에 계속 같은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름이 유명한 스페인 축구 선수랑 같아서 바로 스페인 사람인 걸 알았고 직감적으로 그 분의 남편임을 알 수 있었다. 

교토대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는 막연히 과학 쪽인 것까지는 알았는데 그렇게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같이 연구하고 같은 곳에서 일하고 퇴근 후의 일과도 같이 하고..연구실 안에서 맘껏 목청을 높여 잡담하는 애들과는 달리 항상 연구실에서 조심스레 대화하고 사람들을 웃는 낯으로 친절히 대한다. 학문적 성과도 좋아 보이고 사람들도 좋아 보인다.



이 부부를 일주일 넘게 알게모르게 관찰하면서 뭐랄까 좀 이상적인 학자들의 풍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레 퀴리부부의 모습도 떠올랐고. 여러 기라성 같은 물리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 중의 한 명이 퀴리부인인데 그들의 전기와 일화 등에서 알려진 물리학에 대한 헌신과 가정생활 등이 지금의 학자 부부를 보면서 제법 중첩되었다.

또 다른 아는 분 중에 천문학 분야에 그런 부부가 있다. 그 커플은 학부 때 만나서 지금껏 같이 해온 짝꿍이다. 두 분 다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시고. 그들 부부와 같이 하루 종일 학문 이야기만 할 수 있었도 꽤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자기 만족이고 행복해지는데는 화제나 생활 반경이 꼭 넓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지금처럼의 방황 많은(?) 생활도 불만이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