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EF촉을 지닌 미니 만년필을 찾다가 만난 그레이스
몇 년 전에 선물해 준, 세일러의 프로핏 영을 아주 맘에 들어하던 아내가 언젠가 세필촉이 달린 만년필을 하나 부탁한 적이 있다.
이래저래 조건을 알아보니 파일럿의 커스텀이나 플레티넘의 센츄리는 몸통이 굵게 느껴지고 일본의 F촉도 아닌 EF촉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도 세일러의 프로핏 영이 그런 조건을 모두 만족했던 것이다.
이런 조건으로 시내의 '모리타 만년필' 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의해보았었다.
1. 여성에게 적합한 몸통이 가는 미니 만년필
2. 일본산이며 EF촉일 것
며칠 후 주인장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그런 물건이 있다고 했으며 내가 조만간 방문하겠다고 했다.
날씨가 조금 흐린 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더랬다. 아들 분이 손님을 맡고 만년필점 홈페이지에 나오는 주인이 나와서 뭘 원하냐고 물으시던데 내가 이미 연락했고 원하는 조건을 하나씩 말했는데 좀 귀가 어두우신 듯했다.
10여분 지났을까. 손님을 보내고는 메일로 연락했었던 주인이 나에게 왔다. 며칠 전 메일로 연락한 것을 언급하니까 기억난다면서 만년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놓은 것이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파일럿의 그랑세(Grance)였다.
그랑세 블랙
이전에 만년필 선택에서 말한 분류로 따지자면 내가 선택한 그랑세는 다음의 조건에 맞다고 할 수 있겠다.
1. 손이 작은 여성
(손이 큰 여성을 염두한 말이 아니라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이 작다는 말)
2. 문서 작성 등 작은 글씨로 필기가 잦은 경우
(부드럽고 빠른 필기를 선호한다면 좀 더 연성재질의 촉이나 조금 굵은 촉이 나을 것)
물론 그랑세는 EF촉 외에 F촉, M촉 등 여러 촉을 지원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촉을 선택하면 되겠다.
내가 가게에서 본 그랑세는 촉 별로 제품이 하나씩만 있었는데 가게 주인이 말하길 원하는 촉과 몸통의 색상의 조합으로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비교적 촉의 교환이 간단한 메커니즘일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 선물한 붉은색 만년필을 너무 맘에 들어하고 잘 사용하고 있어서 최근에 마침 만년필 매점에서 발견한 검은색 EF촉을 하나 더 샀다.
저번엔 선물포장이라 사진이 몇장 남아 있지 않은데 이 번엔 꺼내서 몇 장 찍어 봤다. 위 아래의 비교 만년필은 플레티넘의 부르고뉴다.
가늘기는 한데 그렇게 짧지는 않다.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본 출시가는 둘이 거의 같다.
색감과 재질, 그리고 펜촉 등에 따라 평이 다르겠지만 부르고뉴는 색감이 화려하고 매력적이라면 그랑세는 단아하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PIOT과 EF가 희미하게 보인다.
EF촉이라 더욱 끝이 뾰족하고 날렵해 보이고.
피드바 부분도 평범 무난.
세필을 위한 촉이므로 잉크 흐름이 그렇게 풍부하지 않아도 되니 펜촉 크기가 작은 것도 합리적이고.
이전 모델과 써 본 평을 들어보니 처음 얼마간은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몇 주 후부터는 만족스런 세필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컨버터는 CON-50가 맞음
이 전에 여러 컨버터와 세척 킷을 사 둔게 있는데 꺼내서 그랑세에 짝을 맞춰주려고 했다.
PIOT컨버터는 CON-50, 70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CON-70밖에 없어서 일단 꺼내서 끼워봤는데.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잘 입구는 잘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컨버터가 통통해서 몸통커버가 끼워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그랑세에 맞는 컨버터는 CON-50이 되겠다. 이전에 빨간 그랑세를 샀을 때는 주인에게 맞는 컨버터도 요구했는데 그대로 포장되어 버려서 확인을 못했고 이 번에는 제대로 맞춰 볼 수 있었다.
결국에 후에 문구점에서 CON-50를 따로 구매해서 만년필에 끼워서 건네졌다.
지금은 주인에게 사랑받으며 잘 사용되고 있다.
동명이물?, 국산 자바 만년필의 그레이스
자바 만년필과 비교평을 쓸 의도는 없고.
그냥 처음에 그랑세 만년필을 보고 이름을 얼핏 봤을 때 grace라고 착각한데서 비롯된다. 이후에 좀 더 정보를 알아보려고 grace로 검색했는데 국산 자바 만년필이 검색되었다.
몇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던데 나도 이전에 자바 만년필을 사용했었다. 여러 이사하는 과정에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긴했지만.
처음에 봤을 때 자바 그레이스랑 그랑세랑 비슷해 보여서 자바 만년필에서 수입하거나 권리를 받아 국내 생산하는가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내가 이름을 착각한 것이었다.
그레이스(grace)가 아니라 그랑세(grance)라고 읽는게 맞다. 대리로 판매하는 곳이 몇 보이던데 세 종류가 보였다. 내가 맨 처음 구매한 것이 블랙 & 레드이다.
일본 사이트를 살펴보면 네 종류의 색깔이 나온다. 맨 왼쪽이 최근에 구매한 블랙이다.
결론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몸통이 가늘고 단아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그랑세도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동안 잘 사용했던 자바 만년필 소식을 접해서 반은 반갑고 반은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미묘했다.
관련글들
[1] 만년필 선택법에서 바라 본 그랑세
이전에 쓴 만년필 선택법 4단계에 따르면 그랑세 EF촉은
1. 여성 혹은 손이 작은 사람 / 2. 세필 혹은 극세필 / 3. 무난, 단아함 / 4. 10만원대 만년필
정도에서 만족스런 선택의 하나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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