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사인 볼트 (사진 :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
어제 잠이 안와서 잠시 TV를 봤는데 우사인 볼트의 속력의 비밀에 관한 프로그램을 했다. 제목도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였던 것 같다. 이전에도 세계신기록 보유자들의 비밀을 일본 특유의 분석력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본적이 있는데 그들의 치밀함에 감탄이 나왔다.
현재 남자 100미터 육상의 세계 신기록은 2009년 우사인 볼트가 독일에서 열린 제12회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세운 9초 58이다. 앞의 세계 신기록 둘도 모두 그가 세운 것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번 갈아치웠다.
그가 뛰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인데 그는 뛸 때 특유의 역동적인 몸 움직임을 보인다. 나도 단순히 속력을 내기위해 뛰다가 나오는 동작으로 생각했는데 이 번 프로그램에서는 그 역동적인 동작이 어디서 나오고 그것이 그의 빠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였다.
▲ 프로그램을 위해 방일한 우사인 볼트 (사진 :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특유의 역동적인 동작은 휘어진 척추때문
전문가의 평가와 함께 여러번 해설에서 그의 불안정한 달리는 폼에 대해 나온다. 최정상급 선수와 뛰는 모습을 비교하면서 어깨와 골반이 더 들썩거리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그 원인은 골반가까이의 척추부분이 휘어진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볼트가 어렸을 때 병을 앓아서 생긴 거라고 한다.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닌데 자세히 그의 등을 클로즈업한 장면을 보면 미세하나마 휘어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골반의 휘어짐 때문에 그는 동작은 다른 선수보다 골반과 어깨가 더 뜰썩이게 된다. 미세한 측정을 휘해 그의 몸에 작은 구슬 크기의, 전자칩이 내장된 고무를 붙이고 뛰게 한다. 그 센서를 통해 인간의 눈으로는 보기 힘든 미세한 근육과 골격의 움직임까지 잡아내는데 영상에서는 그 센서들의 움직임을 휘어진 척추와 함께 잘 보여주었다.
역동적인 동작이 만드는 큰 반작용
뉴턴의 제 3법칙이 작용반작용이다. 이는 운동량 보존으로도 표현되곤 하는데 물체가 부딪치면 상대에게 주는 힘만큼 자신도 그 반작용을 받는다는 말이다.
볼트의 척추 휨은 역동적인 동작을 만들고 이 것은 그가 달릴때 바닥을 좀 더 힘차게 내딛을 수 있게 해준다. 육상경기에서 출발 시에 앉은 상태에서 한 쪽발을 지지대에 얹는 것도 그 반작용을 극대화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종종 무협영화나 만화를 보면 경공의 고수들이 지난 바닥이나 벽에는 그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패인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려면 그 만큼 큰 운동량을 필요로 하고 그런 큰 운동량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신체는 주변에 그러한 큰 자국을 만드는 것이다.
▲ 경기 중인 우사인 볼트 (사진 :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훌륭한 엔진을 못 받쳐주는 하드웨어
TV 프로그램에서는 그가 주니어 육상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18세 이후 큰 무대에 모습을 보인 그의 성적은 초라했다. 특히 2002년의 세계 육상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뒷허벅지를 붙잡고 경기를 기권해서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또한 2004년 올림픽에서도 하위권으로 들어와 전혀 두각을 보이지 못한다. 여러 원인을 분석 중에 그의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된다. 축구선수들도 자주 겪는 햄스티링 부상. 그의 팀은 결국 유명한 축구팀 주치의에게 문의하게 된다. 독일의 바이마른 뮌헨의 팀 닥터의 조언으로 문제를 알게되고 고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게된다.
문제는 그의 역동적인 폼을 지탱할만한 몸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근육에 부담이 갔고 힘을 많이 부담하는 햄스트링에 지속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근육의 부담을 이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그 의료팀은 체계적인 근육만들기에 들어갔고 3년 동안의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3년 후에는 2008년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의 근육질 몸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나 초기 데뷔모습이나 2002년의 기권 모습을 보면 순정만화에 나올 것 같은 가녀린 몸이었다. 거의 마라톤 선수에게나 어울릴 체격이었다.
2008년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앞 선 자신의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는 기량을 보여준다. 사실 그의 코치는 100미터 출전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 볼트는 200미터가 주종목인데 100미터에서 무리를 하면 또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신체는 그 동안의 훈련으로 잘 단련되어 있었고 올림픽에서 그는 단연 스타로 발돋움한다.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대구 육상대회
그와 관련된 사건이 있다면 그의 대구 육상대회 참가와 실격이다. 여러 말이 많은 실격이었는데 인터뷰에서 그는 출발할 때의 과도한 긴장감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털어놨다.
그의 경기를 본 사람이 있다면 다 알겠지만 그는 출발이 느리다. 초반에 뒤로 쳐져있는데 중반부터 치고 나가면서 2위 그룹과 큰 차이를 내며 결승점에 도달한다.
여기서 출발만 좀 더 빠르다면 기록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TV프로그램의 분석에 의하면 그의 출발 시 지지대에서 발을 뗄 때 그의 발이 조금 밖으로 나갔다가 앞으로 내딛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선수는 지지대에서 발을 앞으로 바로 내딛는데 볼트는 살짝 바깥으로 발이 나갔다가 앞으로 내딛는다.
이 미세한 차이가 초기 한발을 내 딛는 시간이 다른 선수보다 0.15초 정도 느리게 만들고 이는 초반의 부진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세교정에 힘을 기울이다가 출전한 경기가 대구경기였고 그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대실수를 범하고 만다.
하지만 재밌는건 그 실격한 대구경기를 보면 한발을 내딛을 때의 시간이 2008년 세계 신기록 수립때보다 미세하게나마 빨라졌음을 보여준다. 실격만 하지 않았다면 대구에서 세계신기록이 수립되었을 수도 있다.
▲ 2011년 대구 육상대회를 위해 대구를 찾은 우사인 볼트 (사진 :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끝없는 도전
이제 2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육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자신이 가진 몸에 대해 감사한다며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 도전을 통해 그는 전설의 선수(runner)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의 도전을 동시대에서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
▲ 경기 중인 우사인 볼트 (사진 :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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