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세잔의 작품 ]
역사상 유명한 사과 셋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있는데
첫째가 이브의 사과이고
둘째가 뉴턴의 사과이며,
셋째가 세잔의 사과이다.
- 모리스 드니-
요즘은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네번째로 추가되거나 조금 덜 유명한 세잔의 사과를 대신한다지 아마. 오늘은 잠시 뉴턴의 사과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참고로 Newton의 한글표기는 뉴튼이 아니라 뉴턴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필자도 뉴턴의 전기를 한 권 이상 정독한 적이 있고 뉴턴의 일화라면 이제껏 수없이 접해왔는데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것을 진지하게 사실로 말하는 글은 본적이 없다.
이전 같았으면 그런 점에 대해 후세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로 폄하하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비판할지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과학적 사실을 약간 왜곡할 지언정 대중들에게 쉽게 떠올려지고 상징성을 가지게 한다면 그것 또한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말문트인 과학자
[ 그림2: 말문트인 과학자]
그림2의 말문트인 과학자는 전문적 지식과 원활한 소통과의 적절한 합의점을 모색한 책이다. 너무 전문적인 지식만 전하고 나머지는 독자나 청중들에게 맡겨버리는 기존의 방식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대신, 조금 정보의 양을 줄이더라도 극적인 도구를 접합함으로써 더 많은 소통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정년이 보장된 해양과학과 교수를 30대 후반에 때려치우고 헐리우드로 향한 저자는 연기수업을 통해 자신만만했던 기존의 지식과 소통능력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부터 학계와 영화계의 메세지 전달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간다.
그가 책에서 초반부터 언급하면서 두 업계의 소통이 왜 다른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영역인데 다음 그림과 같이 네 영역으로 나뉜다.
[ 그림3: 반응의 네 영역]
학계의 의사소통은 거의 머리에만 신경을 쓴다. 제대로된 정보만 제공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것이다. 반면 영화는 네 영역을 고루 사용한다. 영화의 장르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위의 영역과 유사하게 잘 나눠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네 영역 중 아래 영역을 포함해 갈 수록 대중적인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고 메세지 전달력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위말하는 영화의 흥행요소들(동물, 아이, 여자 등등..)을 떠올려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학계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소재와 표현수단을 가진, 이미 영상과 음향이라는 강력한 메세지 전달 도구를 가진 영화계와는 달리 학계의 프리젠테이션은 그래프와 수식과 간혹 조심스럽게 삽입하는 재밌는 그림 한쪽이 전부이다.
더군다나 제한된 시간내에 이 둘을 모두 담아내기란 힘든 법이다. 전문적인 지식전달에 주안점을 두자니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여 다른 요소를 끼워넣기 힘들고 다른 영역을 자극하는 극적 요소를 넣고 싶어도 전문성이나 정보량이 줄어들 수 있기때문이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그 책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전문성에만 치우쳐서 100의 내용중에 30%이하를 전달하기 보다는 다른 영역의 공약에도(주로 배꼽이 있는 부위) 신경을 써서 80의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50%이상의 정보를 전달한다면 성공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주 공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실행법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뉴턴의 사과는 팩트(factor)라기 보다 이미지 또는 메세지
과학역사학자나 뉴턴 전문가들이 뉴턴의 일기나 편지, 논문 등의 근거를 들이밀며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을 발견한게 아니라고 잘못 알려진 뉴턴의 사과를 공격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도 뉴턴이 흑사병을 피해 시골로 돌아오기 전에 행성의 운동으로 부터 만유인력에 대해 구상하고 있었고 이미 기존의 학자들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이 것을 수학적으로 깔끔한 체계 안에서 구현한 것이 뉴턴인데 이를 위해 미적분의 개발 등을 포함한 사색과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마침 시골로 돌아가서 그런 일을 수행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시의 천문학과 물리학 연구의 상황과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머리를 공략하려 한다면 그리 성공적이지 않을거라는데 100엔 건다. 대신 뉴턴의 시골집 사과나무를 사용한다면 '뉴턴=사과=만유인력'이라는 간명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당시 상황과 만유인력에 대한 전문적 내용은 떨어질지언정 핵심은 꽤 전달되어졌고 더 중요한 것 많은 사람들이 후자의 개념을 더 좋아하고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것을 그림3의 개념으로 다시 살펴보자.
역사와 과학적 팩트는 머리의 더 아래를 자극하기 힘들다. 하지만 뉴턴의 사과에 등장하는 친숙한 사과의 개념과 낮잠(혹은 독서), 그리고 사과가 떨어지는 극적인 장면과 뉴턴의 깨달음은 사람들의 가슴과 배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뉴턴의 일화를 사과와 더불어 전달한 이는 소통의 꽤 고수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뉴턴이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천재의 대명사로 유명하긴 하지만 '뉴턴의 사과'라는 이 기발한 마케팅이 더욱 더 그를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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