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러너
체력을 위해 틈틈히 뛴다는 것은 여러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90년 후반까지 20여회의 풀코스와 100km 울트라 마라톤 그리고 몇 차례 철인삼종 경기를 완주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도 10km 8-9회 및 하프(21km)를 7-8차례 완주했는데 차근히 준비한다면 (은근히 두려웠던) 풀코스도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반, 자신감 반이 생겼다.
작가와 뛰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치열한 그의 삶의 방식이 담겨있다. 작가를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으로 간주하고 이를 위한 체력 유지를 위해 뛰기 시작했다는 그. 작가라는 직업에는 재능과 더불어 집중력과 지구력이 필요한데 오래 좋은 글을 쓰려면 육체적인 힘을 꾸준히 단련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특히 그리스를 방문하여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 뛰는 장면은 꽤 흥미로웠다. 그 코스가 정확히 42.195km가 아니라는 것도 하나의 발견이었고 그 끔찍한 여름에 혼자서 차도 위를 달려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곤 했다. 더워서 웃옷을 벗어 버리는 바람에 입은 화상까지는 더 떠올리기 싫지만 완주 후에 마시는 맥주의 맛은 궁금하긴 하다.
작년 (2004년) 대전에서 10km마라톤을 뛴 적이 있는데 완주 후에 메달과 함께 점심을 줬다. 점심을 먹을 때 동동주도 무제한 주던데 몇 잔 먹고나니 몽롱하게 기분좋은 피로가 몰려와서 돌아가는 버스타는 것에 내내 신경써야했던 기억이 난다.
끝까지 걷지 않았다
무릎 건강에 그렇게 자신이 없어서 나의 뛰고 걷는 주법을 사용한다. 의학상으로도 뛰다가 잠시 걸어주면 중간중간 피로가 풀어져 다리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 주법을 적당히 사용하면 계속 뛰는 것에 비해 그렇게 기록이 나빠지지 않는다. 많은 아마츄어들은 장거리 후반에서 걷곤 하는데 아예 나처럼 계획적으로 뛰고 걷고 하면 오히려 그들을 추월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 하프 기록이 2시간 50분이었던 것이 이 주법을 사용하고나서는 2시간 30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프를 뛰었을 때는 2시간 10분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마지막 때는 뛰고 나서 거의 피로를 못 느끼고 그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돌아왔었다.
하지만 무라카미의 사정은 혹은 다짐은 다르다. 뛰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한 것이므로 걷는 것은 일종의 불명예 같은 걸로 간주한다. 준비가 부족했던 몇 대회에서 다리에 경련이 와서 어쩔 수 없이 걸은 것 왜에 피곤하거나 고통을 참지 못해 걸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그의 묘지명에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할 정도니 러너로써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지만 소설 및 다른 글에서는 보기 힘든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작가로서의 고찰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흥미롭고 가치있는 글이라고 평하고 싶다. 적당한 시간 후에 (아마도 풀코스 완주 후즈음에나)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글이다.
2014년 6월 3일 화요일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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