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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Room/무라카미하루키(村上春樹)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고는





뭘 빌릴까?

연구소 도서관에 책을 처음 빌리러 갔다.

뭘 빌릴까..

100-200권 남짓의 최근 서적을 보유한 공간이었는데 한번 주욱 둘러 보고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소문만 무성히 들었는데 딱히 책에 손은 가지 않았던 그의 책이었는데 왠지 이 책은 제목이 나름 '색깔'이 강해 보이지 않아서 였다.




의문 

초반부터 왜 주인공이 죽으려 했으며 그 원인을 제공한 무리에서의 배제의 배경이 궁금했다. 

제법 흡입력이 있더라. 


중간에 등장하는 물리학과 학생과 그의 아버지의 방황시절의 이야기 등, 이야기는 중간에 들어서 얽힌 실타래처럼 보였는데 끝에 가서야 겨우 정리될 조짐을 보였다.


사실 아직도 소화 중인데 이런 음미 끝에 잊어버릴까봐서 도중에 몇자 기록으로 남기고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다섯명의 케미칼

이야기의 큰 줄기는 십대 시절 다섯명이 만들었던 아름다운 추억과 그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이후에 그 다섯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것인 듯하다.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수 있는 그런 추억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정말 행복한 기억일 수 있지만 

충분히 강하지 못한 어떤 이에게는 서서히 각자의 길이 갈리면서 그 시절의 인연이 희미해지고 깨지는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는 그런 과정을 그리는 것 같다.


십대에 다섯명의 친구가 있었고 같이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잘 어울렸고 서로에게 힘이되는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서로 다른 개성의 다섯이 만들어 내는 이 특별한 경험과 추억 저자는 케미칼, 즉 화학작용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은 만들 수 없고, 여럿이 모였을 때만 만들어 질 수 있는 그 특별한 무언가를 화학작용이라는 산뜻한 표현으로 그려냈는데 꽤 적확해 보인다.


돌이켜 보면 많은 이들에게 이런 시절이 하나 둘 쯤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나이가 들 수록 그런 케미칼을 잘 생성이 안되는 것 같다만..




수상한 물리학과 학생 그리고 꿈

후배인 물리학과 학생과 수영장에서 만나고 클래식 음악을 같이 듣고 그 학생이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리고 쓰쿠루의 꿈에 그가 나타났을 때까지 읽었을 때 잠시나마 목졸려 죽은 시로를 죽인 범인이 혹시 그 학생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봤다.


주인고 쓰쿠루의 꿈이 많은 것을 암시한다고 생각하는데 제일 중요한 장면은 시로와 쿠로, 그리고 후배가 같이 나오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자주 등장한 시로와 쿠로의 꿈 장면에서 주인공이 두 여자를 맘에 두고 있지만 시로를 더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란드 헬싱키에 가서 만난 쿠로가 당시 그녀가 쓰쿠루를 좋아했다고 고백을 한 뒤 그 때 그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면 받아줬을 거냐고 묻는다. 쓰쿠루는 당연히 그랬을거라고 말하는데 이는 꿈에서 보듯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이렇게 늘 시로와 쿠로가 등장하는 꿈에 후배가 등장을 한다.

나는 이 꿈에서 후배가 쓰쿠루를 동성으로 좋아했고 이것 때문에 이후 한차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이후 다시는 못만나게 되는 것이라 나름 결론내리고 있다.



Summary and Discussion

아름다운 10대 시절의 추억과 그 추억에서 갈라진 다섯명의 이야기를 쓰쿠루의 관점에서 그리고 있다. 30대 중반에 다시 사랑하게 된 그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이유도 모른채 버림받았던 옛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게 되면서 자신은 물론 친구들도 치유해 주는 것 같다.


다른 친구 네명은 이름에 색깔이 있고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고 다소 소심함을 보였던 주인공이 30대 중반이 되어서 다시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색깔이 없다고 느껴졌던 그에게 나름의 개성과 색깔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도 되돌아 보니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려면 시간을 들여 되뇌여야 하지만 그 순간의 강렬한 인상만은 바로바로 떠오르는 몇가지 추억이 있다. 

10대 말과 20대 중반 즈음..


나에게 이 소설이 흡인력 있게 단시간에 읽어 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련히 남아 있는 화학작용의 잔재가 아닐까 싶다.





오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무라카미가 쓰고 오사히 아유미가 그린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 두 권을 빌려왔다. 시리즈 세권 중에 왜 두권을 빌려왔냐면 괜히 빌려 놓고 안 읽고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까도 싶었고 세권까지 대출이 되나 싶어서 였다. 


빌리면서 물어보니 서른권까지 대출이 된단다. 그리고 대출 기한은 한달..


가끔씩 들러보자. 

내가 신청한 희망도서들이 들어오고 더 좋고.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오후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