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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카페

[책] Waist disposal -1-




▲ 한국판에는 위와 같은 긴 제목이지만 영문판 제목은 'waist disposal'이다.

disposal이 '폐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대략 '허릿살 폐기' 또는 '허릿살 빼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연초에 한국에 들어 온 이후 허리띠가 빡빡해 짐을 느껴서 '복부비만'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다. 몸짱들이 자기를 따라하면 자신과 같은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하고 표지에는 미끈한 자신의 반나의 사진이 있는 책들이 넘쳐 나는 다이어트 서적 시장에서 이 책은 조금 달라 보였다.


우선 저자는 의사 출신에 생물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책 맛보기 부분에서 보이는 몇 지침이 흥미로워서 구입했는데 중간 쯤 읽고 있는 지금 꽤 재밌게 읽고 있다.  피나는 운동과 수도사적인 다이어트를 체중감량의 비법인양 소개하는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돌아 보며 시작한다.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지 250만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인류가 정착한 것은 겨우 1만년 전이라고 한다. 아다시피 정착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농경이 가능해져서이다.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데 1만년이라는 시간은 인체가 곡물에 적응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1만년 전의 인류의 DNA와 현재 인류의 그것과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몇 백년 전만 돌아 보아도 인류는 넉넉한 곡류를 섭취하기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보릿고개가 있었듯이 쌀이나 밀가루를 충분히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50년도 되지 못한다. 



책 몇장을 넘기다 떠오른 그림이다.

다음의 상황을 고려해 보자.


본인이 당장 해야할 100가지 할 일을 받았다고 하자.

50가지 일은 익숙한 일이어서 1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데 나머지 50가지 일은 처음해 본 일이라 2분 이상 걸린다고 하자. 80분의 시간을 부여받았고 그 동안 최대한 많은 일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100가지 일의 가중치는 모두 동일하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시험 칠 때 많이 겪었다.

그리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고효율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해야함을 알고 있다. 

일단 쉽게 할 수 있는 50가지 일에 매달리고 남는 시간에 나머지 덜 익숙한 일에 도전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신체도 몸안에 들어오는영양소에 대해 이러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몸 안에 여러 영양분들이 들어왔을 때 250만년간 익숙한 녀석을 빨리 처리할까 아니면 최근 1만년 혹은 몇 백년 사이에 접하기 시작한 녀석을 쉽게 처리할까? 


소화에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면, 혹은 소화하는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신체는 좀 더 익숙한 녀석을 빨리 처리하고 처리가 쉽지 않은 녀석은 미루지 않을까? 그리고 결국 그렇게 미뤄진 녀석들은 체외로 배출되거나 체내에 쌓일 것이다.




여러 오해 중에 지방이 건강을 해치고 살을 찌게 한다는 것이 있는데 그 것은 30여년 전에 소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기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실험에 대해 비유를 들기를, 차를 소유하면 살이 찐다는 게 그 논문의 요지다. 하지만 차의 보유 자체가 비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운전을 통해 운동부족이 되거나 차를 타고 맛난 것을 더 먹으러 가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자체'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바로 비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이 밖에 책에서는 칼로리 계산의 오해와 여태껏 안좋게 취급받아왔던 지방의 누명을 벗겨 준다. 자신의 주장들은 대부분 저명한 논문이나 오랜 기간의 역학 조사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나의 경우는 몸짱들의 말보다는 이 과학자의 말을 더 존중한다.


핵심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사실 탄수화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탄수화물은 지방과 단백질로 부터 변환 가능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탄수화물 섭취로 인해 다량의 인슐린 분비가 발생하고 이 때 혈중 당도가 떨어져 뇌 등 당분이 필요한 생체 기관의 활동을 더디게 한다.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의 오후에 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온다. 동양은 주로 쌀을 주식으로 하므로 나른한 오후는 일상적인 현상인데 원인은 바로 탄수화물 섭취에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탄수화물 섭취로 발생한 인슐린과 당은 체내에 지방이 쌓이는 매개 역할을 한다. 오히려 위험할 것 같은 지방은 휘발류처럼 에너지로 태워진 후 휘발되어 버린다. 


탄수화물에 대해 좀 더 부정적인 사실은 탄수화물이 허기를 극복하는데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필요 이상으로 더 섭취하게 된다. 오히려 지방은 위에서 음식이 소장으로 진행하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책은 이제 단백질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고 있다. 책을 다 읽고 허리 사이즈가 좀 줄었다면 2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는 영국 아마존에서 검색한 책의 이미지가 있다. 영국 아마존의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바지가 헐렁해져 있는 모습이 좀 더 인상적이며 남자를 위한 메뉴얼이라는 문구가 나와 있어 목표를 더 명확히 해주므로 더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