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or J. Robert Oppenheimer, 1958 in Jump Book
■ 책 : 오펜하이머
이전에 사둔 책인데 이사를 앞 두고 짐정리하다가 다시 열어보게 된 책이다.
박사 후 연구원(postdoc)을 학생으로 표현한다든가 여러 핵폭탄 관련한 물리현상을 기술하는데 힘겹고 이상하게 기술한 뿐이 자주 보이는데 조금 많이 거슬리는 책이긴하다. 여기선 책이나 물리 이야기가 아니라 사진 이야기를 조금 하고자 할 뿐이다.
오펜하이머가 천정을 가리키며 점프하는 이 사진은 이미 여러 번 봐 온 것이었으나 어떤 연유에서 이런 사진이 나올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맨하탄 계획의 한 책임자이자 고등과학원 원장이었던 그가 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하는 그런 의문 말이다.
■ 필립 할스만 그리고 점프북
'오펜하이머'라는 책을 읽다가 그 부분에 대한 답을 찾았다. 필립 할스만이라는 사진 작가가 당대 유명인사들이 점프하는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찾아 보니 아직도 그 사진집인 점프북이 검색되어 나온다.
Philippe Halsman's Jump Book
책 표지에 나온 건 사진가인 할스만과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의 점프 장면이다. 이러한 점프장면을 찍은 것에 대해 '오펜하이머'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할스만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점프를 하면서 주체는 갑작스런 에너지의 분출을 통해 중력을 극복한다. 주체는 자신의 얼굴 표정과 사지의 근육들을 동시에 통제할 수 없다. 가면이 벗겨진다. 진정한 자아가 드러나게 된다. 이것은 카메라의 스냅 사진으로만 담을 수 있다.
할스만은 오펜하이머의 점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서 오펜하이머 박사가 나의 작품을 위해 뛰어 올랐다. 벌린 팔과 천장을 향해 뻗은 손. "내 점프가 어땠습니까?" 그가 물었다. 점프 면에서 본다면 단순한 것이지만 나는 혼란을 느꼈다. 그의 점프에서 나는 박사의 스파르타식 연구, 과학에 바친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았다. 그리고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할스만과 오펜하이머가 사진 찍을 당시에 대한 대화도 기록되어 있다.
"당신의 손은 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는 과감한 추측을 했다. "아마 당신은 새로운 방향, 새로운 목표를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아니오." 오펜하이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냥 손을 뻗었을 뿐이오."
글쎄...
참고로 그는 대단히 복잡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
그의 점프북에 나오는 사진을 더 보고 싶으면 아래의 사진을 클릭하면 되겠다.
■ 마무리...
책의 초반부에는 그의 출생과 과학 경력 그리고 여러 전설로 불려지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가 공산당원 및 간첩으로 의심되어 열리게 된 청문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후에 그에 대한 그 누명은 오판으로 판결되어 명예가 회복되었으나 너무 늦었다.
소련과의 냉전시대에 벌어진 레드 컴플렉스 속의 미국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원자폭탄은 여전히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한 여러 책 중에 오펜하이머와 과학자와 핵폭탄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본다. 여력이 된다면 원서나 다른 번역을 보기를 권한다.
2013년 5월 6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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