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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만년필 연구소

만년필이 빛나는 영화



천재와 관련된 영화 중에 좋아하는 하나입니다. '굿 윌 헌팅'도 바로 떠오르는군요.

주인공이 결국엔 노벨 경제학상을 타서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 듯 보이지만 보는 저는 내내 불편하더군요. 


당시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했던 것 같고 너무 능력이 한쪽으로만 편중된 주인공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 힘들어 하는 모습도 측은해 보였습니다.


그런 비운의 천재의 이야기로 제 기억 한켠에 있었데 어느날 친구와 식사를 하던 중에 만년필 이야기가 나왔고 그 친구가 이 영화에서의 만년필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제 기억엔 그런 장면이 안 떠올라서 나중에 찾아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당시 쓴 글입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재구성

요즘 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그 친구'랑 아까 저녁 먹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이 만년필에  대해 잠시 언급했는데 제 이야기를 듣더니 그 친구가 이 영화를 언급하더군요.....





그 친구는 한 천재의 이야기로 그 영화에 대해 말하더군요.


주인공이 대학원생 시절에 지도교수가 자기 제자를 교수회관 같은 곳을 슬쩍 보여줍니다. 정년이 되었는지 아니면 존경스런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어느 노교수에게 다른 교수들이 존경의 표시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만년필을 건네 주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저렇게 되고 싶지 않냐고 자극을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배경이 프린스턴 대학 맞죠 아마..

그 대학 교수회 전통인가 보네요.




저도 예전에 그 영화를 보긴했는데 저에게는 좀 울적한 영화였죠. 그래서 환영에 쫓기는 주인공의 몇 장면만 기억한체 기억 한편에 있었는데요, 그 친구 말에 저녁에 한 번 찾아서 주요장면 들을 스-윽 훝어 봤습니다.


천재성을 인정받고 대학에 왔지만 성과물이 없어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던 주인공은 친구들과 들런 바에서 상대 여성들과 짝을 지어 즐겁게 지내려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할까 고민하다가(아..존경스러워라~ ^^) 훗날 '균형이론'이라 불리는 이론의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 논문으로 제출하고 졸업하게 되죠. 후에 직장도 잡고 결혼도 하게 되지만 허상이 보이고 과대망상 때문에 본인과 가족의 인생이 많이 힘들어지죠.


그러다가 지인들의 도움으로 프린스턴으로 돌아와서 연구생활을 하는데  66(67?)세에 이르러 

노벨경제학상을 받게되죠..




하이라이트는 여기입니다.


노벨경제학상의 후보로 선정되고 나서 위원회측 사람이 그에게 찾아오죠. 교수회관에 같이 들어가는 걸 보니 프린스턴 교수인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가 주인공에게 가서 후보가 된 것을 알리고는 교수회관에서 차한잔 하면서 이래저래 말을 돌립니다. 


주인공은 이내 눈치를 채고 자신이 그 상을 받을 만큼 정상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왔느냐고 묻죠.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스스로 아직도 환영이 보이고 미쳤다고 말하죠.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건너편에서 어떤 노교수가 와서는 자기 양복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그의 앞에 내 놓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당신이 여기 있어서 영광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여기 있는 게 좋습니다'


라고 말해줍니다.  

(아..조금 감동 ㅠㅠ)

 




그러더니 그의 존재를 알아본 교수들이 차례로 와서 자신의 만년필을 주인공 앞자리에 내 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들 존경의 한마디씩을 다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전동 휠체어를 탄 어느 교수도 와서는 자기 만년필을 내 놓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가더군요...





주인공 자신은 잘 몰랐지만 젊은 시절 그가 만들었던 이론은 현재 경제학이나 여러 과학 분야에 널리 적용되고 있었 던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주인공 건너편의 위원회 사람은 감동과 함께 결정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는 화면이 바뀌어 주인공이 노벨상 시상식에서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런 상황에서 자신의 존경을 표시하는 소품으로 사용된 만년필이 정말 '이보다 좋을 수 없다'라는 감동을 주더군요.. 주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  모두 의미있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 영화를 비운의 천재 이야기로 기억하기 보다는 '만년필이 빛나는 영화'로 기억하게 될 듯합니다.

2012년  2월  8일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영화를 봤을 당시에도 아마 만년필을 사용하고는 있었을테지만 그닥 관심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 지금과 같은 사용경험과 애정이 있었다면 저런 장면을 놓칠리가 없었겠죠.


많은 분들이 카메라 혹은 사진에 취미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저도 한 때 사진에 취미가 있었을 때는 여러 카메라가 나오는 일본 영화들을 찾아 봤고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오버 더 레인보우'도 꽤 좋아했더랬죠^^



만년필 이야기를 주욱하다가 마지막에 영화로 살포시 빠진 감도 있지만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나가면 주변에 늘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여러 즐거움이 있다


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