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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만년필 연구소

블랙윙 602,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사용하면 필압이 낮아질까 ?


쪽지로 전해 온 질문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된 며칠 전의 쪽지는 다음과 같다.


'테니스의 관점에서 바라 본 만년필 필기'라고 이전의 Daum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daum.net/whitebrow09/76


지우개 달린 블랙윙이 다른 연필에 비해 왜 필압이 낮아지는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하는 글인데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단 주장은 꽤 합리적이다. 뒤쪽이 무거워서 쳐지면 그것을 지지하기 위해 좀 더 세게 쥐어야하지 않느냐인데 말 그대로 연필의 무게가 낚시대와 당구큐대처럼 뒤에 쏠려 있다는 그럴 것이다.


그런데 위의 질문을 제기한 이가 블랙윙을 들고 실제 필기를 해봤는지 모르겠다. 예측하기로는 실제 블랙윙으로 필기를 해봤다면 낚시대와 당구큐대를 예로 들지 않았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나 과학적인 설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친구를 설득시키고 싶다면 직접 연필을 구해서 친구로 하여금 사용하게 해 볼 것을 권한다. 직접 써 보면 필압이 세지지도 않고 왜 필기감이 좋은지 바로 알 수 있을테니까.


이어지는 내용은 블랙윙의 필압에 대해 좀 더 보강하는 차원에서 책상 위에서 간단히 몇 가지를 해보고 정리한 것이다.


사놓고 아직 사용은 해보지 않은 블랙윙 602

덕분에 포장지 속에서 잠자고 있던 녀석을 다시 꺼내봤다. 연필을 사용하는 빈도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 녀석을 다 사용한 후에 쓸려고 순서를 기다리다 보니 아직도 

대기 중이다.



▲ 트레이드 마크인데 문구를 참 간결하게 잘 뽑은 것 같다.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 궁금사항 중의 하나인 블랙윙의 무게 중심을 알아 보기 위해 직육면체 지우개를 사용했다. 대략적인 무게중심을 아는데는 충분하다. 위의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기운 모습을 보여준다.




▲ 지우개를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다 보니 균형을 잡고 서있는 상태가 보인다. 



PRESSURE 중에 대략 왼쪽의 E자가 지우개 중앙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자를 이 연필의 무게 중심이라고 하자.




▲ 그리고 30센티 자와 나란히 세워서 키를 재어 보았다. 대략 21센티이다.




▲ 그리고 E자는 약 11.5센티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이제 대략 감을 잡았을 것이다. 연필의 전체 길이 21센티의 반은 10.5이다. 그리고 연필의 무게중심은 11.5에 위치하고 있다. 


무게의 대부분이 거의 손잡이 부분이 몰려 있어서 무게중심이 거의 손잡이 위치에 있는 낚시대와 당구큐대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다.


그리고 연필을 지지하는 위치는 두 곳이다.

연필의 무게는 조금 뒤에 또 알아 볼 것이나 아주 가볍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아주 가볍고 무게 중심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녀석을 쥘 때 우리는 손의 두 부위를 사용한다.



▲ 흑백 및 사진효과를 주어서 손이 좀 검게 나왔는데, 그건 그렇고...

우선 왼쪽 파랑과 같이 손가락 두세개로 한 번 지지하고 두번째 파랑 동그라미의 손등 부분이 또 한번 지지한다. 빨간 화살표는 무게중심인 E자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낚시대나 당구큐대와 같이 무게중심이 손잡이에 있는 경우, 무게중심에서 벗어난 곳을 잡으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꽤 힘을 줘야한다. 자체적으로도 꽤 무겁고 무게중심에서 벗어날 수록 지탱해야할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위의 연필 쥐는 사진을 볼 때 우선 중앙의 파란 동그라미가 연필의 무게중심과 가깝다. 그리고 왼쪽 파랑 동그라미 부분으로 한 번 더 지지해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필 자체가 아주 가볍다는 것이다. 


그것때문에 연필 끝에 지우개 하나 달렸다고 그 지우개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신경이 쓰일 정도로 연필에 더 큰 힘을 준다고는 생각치 않으며 직접 들고 움직여 보니 손에 미치는 부담은 느낄 수 없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다.

블랙윙의 무게가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다.

재밌는 것을 아래 pencil talk라는 곳에서 발견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제일 눈에 띠는 것은 아래와 같은 사진이었다.



▲ 위에서 지우개를 세우고 했던 짓을 이 블로그의 주인도 하고 있었다. 내가 30센티 자로 했던 측정을 이 곳 주인장은 모눈종이를 사용해서 하고 있었다. 이 주인장은 무게중심을 펜 길이의 70%정도에 위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위에서 내가 측정한 거랑 비슷하다.




 그리고 전자저울에서 무게를 재고 있다. 이 짓(?)도 내가 실험실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시절에 자주했는데 당시 했던 일 중 하나가 카메라를 적당히 분해해서 부위별 무게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었다.


같은 카메라라고 해도 생산년도 및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렌즈의 무게도 모두 다르다. 물론 배터리 장착 여부도 무게에 영향을 준다.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무게를 측정했고 나중에 500원짜리 동전의 무게를 측정하여 렌즈 하나의 무게가 500원짜리 동전 몇개에 해당한다고 환산을 해서 비교한 적도 있었다.


샛길에서 다시 돌아와서...



 그러니까 블랙윙의 무게는 5.3그램이다. 지우개와 연결 캡 부분이 1.1그램에 달한다고 한다. 연필 자체 무게가 4.2인 셈이니까 본체의 25%에 육박하는 무게이다.



그러니까 나의 결론은...

무게 부분은 연필쥐는 힘과 관련해서 언급해 보았다. 지우개가 달려서 무게중심이 다른 연필에 비해 뒤에 위치하는 연필의 경우 이를 지지하기 위해 힘을 줘야하는데 이 힘은 두가지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첫째는 무게중심이 지지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멀리떨어져 있는가, 

그리고 

둘째는 무게자체가 얼마나 큰가이다. 


조금 어려운 말을 하자면 토크(toque)나 관성모멘텀과 관련있는 양인데 굳이 이런 개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중심에서 멀어진 곳을 잡거나 물건 자체가 무거울 수록 많은 힘이 지지하는데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가지 요소를 고려해 볼 때 나의 결론은 필압의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거다. 우선 지지하는 부분이 무게중심에서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거니와 파랑 동그라미 두 곳에서 지지하고 있어 지지하는데 거의 무리가 없다.


그리고 여러번 반복하고 있는데 두 번째 사항에 따른다면 절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우므로 지우개 하나가 지지에 부담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밀한 측정을 안해봤지만 적절한 블랙윙의 지우개의 무게가 손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도 무게쏠림을 뒤로 해 줘서 자연스레 연필심 부분에 가해지는 필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미세하게 말이다.


이 연필을 만든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연구해서 알아서 잘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연필을 만져 본 나의 감을 믿고 나아가 연필 제조사의 전문가를 믿자.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바로 연필에 새겨져 있다.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블랙윙 사진 출처 : pencile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