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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만년필 연구소

필압조절, 적당한 만년필 선택으로 어느정도 가능하다



 글 순서 

  [0] 들어가며...

  [1] 좋은 만년필 VS 내게 맞는 만년필

  [2] 필압의 조절은 연습으로 해결가능한가?

  [3] 도서 '만년필을 연구하다'에서 얻은 힌트

  [4] 내게 맞는 만년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5] 결론 : 적당한 만년필 선택으로 필압조절이 가능하다.


들어가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고 이미 깨우친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저 최근에 제가 책상 위에서 제 만년필이랑 놀면서 발견하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혹은 다른 의견 있으신 분들도 '좀 더 좋은 필기감'을 찾아 오늘도 헤매는 이들을 위해 지혜와 경험을 나눠 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만년필 VS 내게 맞는 만년필

<그림 1>


시작하기 전에 이 두 시각을 조금 고려해 두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저는 만년필을 잘 모를 때 비싸고 좋은 만년필이면 다 술술 잘 써지고 저절로 글이 써지고 싶어질 줄 알았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몇 몇 만년필을 경험해보고 여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개념이 꼭 같지 만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림1>과 같이 표현이 가능할 듯합니다. 좋다고 평해지는 만년필이 자신에게 꼭 맞으란 법이 없고 자신에게 잘 맞는 게 어쩌면 

별로 유명하지 않은 저렴한 모델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좋은 만년필이라면 내구성이나, 가격대비 성능, 디자인 등이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들에 

의해 대체로 좋다고 평가 받은 만년필일 것이구요. 물론 이런 만년필일 수록 자신에게 잘 맞을 만년필일 가능성은 높겠죠.


그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만년필이란 아래에서도 좀 더 말을 해 나갈 것인데 자신의 손에 착 감기는 듯한 그립감과 펜촉이 종이에 닿을 때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느낌, 오래 사용해도 손에 피로가 적은 그런 만년필을 뜻한다고 하고 다음 얘기로 건너가 보겠습니다.



필압 조절은 연습으로 해결 가능한가 ?

여러 글에서도 여러번 나왔고 제가 요즘 보는 만년필 책에도 만년필은 부드럽게 스윽스윽 쓰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로는 사라사라(さらさら)하게 쓰라고 되어 있는데 시냇물이 흐르듯 졸졸졸, 흘러가듯 쓰라는 것 같고 앞의 표현과 일맥 상통한 듯합니다.


그런데 필압이 좀 세다고 느끼는 저는 슥슥 쓰려고 힘조절도 해보긴 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수십년간 필기한 스타일이 있는데 힘을 빼서 쓰려고 하니까 균형이 무너져서 오히려 필기감도 나빠지고 필체도 더 흐트러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냥 행여 펜촉에 이상적인 펜압보다 좀 더 무리가 가더라도 주인이 그러니 수명이 짧은 것도 네 운명이다..라고 하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도서 '만년필을 연구하다'에서 얻은 힌트

이렇게 만년필과 잘 놀고 있는데  '만년필을 연구하다'라는 책을 어느날 자기 전에 몇 장 보다가 어느 그림에서 시선이 딱 멈추더군요.


<그림 2>


행여 저작권 걱정을 하실까봐 책의 그림을 보고 제가 살짝 긁적여 봤습니다.


이전에도 책을 슬슬 넘겨 보면서 몇 번 본 사진인데 이 번에 눈에 띈 부분은 4-5cm입니다. 그 숫자로 보니 바로 떠오르는게 


    '어라..저렇게 펜촉과 손 사이의 거리가 멀었나?'


였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라미 사파리로 길이를 재어 보았습니다.


<그림 3>


라미 사파리는 친절하게 그립부분에 홈이 나 있어 펜촉의 등이 위로 향해야 하는지 지면을 향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심자들도 틀리지 않게 필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옛날 옛적에 시인 김지하씨가 TV에 나왔는데요.. 집필실에서 원고 쓰시는 모습이 잠시 나왔는데 몽블랑 쇼팽을 쓰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조금 놀랍고 안타까웠(?)던 것이 펜촉의 등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엄청 글 쓰시는 분일 텐데 펜촉이 뒤집혀서 지면에 닿아 마모될 것을 생각하니 펜촉등이 느끼는 고통(?)에 가슴이 아프더군요 ^^;;


아무튼 다시 사파리 이야기로 돌아오면요. 그런 가이드 라인은 좋게 말하면 초심자들에게 친절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만년필 사용자로 하여금 딱 그렇게 홈이 파인 대로만 만년필을 쥐게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그림3>을 보시면 검지손가락이 닿는 지점이 2.5cm가량 됩니다. 책에서 권하는 거리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그 거리가 모든 만년필과 모든 사람에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 평균치라고 보면 두 배 차이가 나는 건 좀 크다고 보입니다.


이걸 발견하고 나니 라미 사파리가 좀 갑갑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흠결 하나 있다고 자식이

미워지지 않듯이 애정은 크게 변함없지만 어떤 다른 면을 발견한거죠. 그러면서 일부러 펜 쥐는 부분의 홈으로 부터 조금 더 위를 잡고 써보니 좀 더 술술 잘 써지더군요...


너무 멀리 잡으면 뜻대로 쓰기가 좀 힘들어 질테니 현재 쓰는 거리에서 조금씩 잡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필기감과 펜조정의 균형점을 찾으면 같은 펜이라도 조금 다른 필기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게 맞는 만년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손으로 쥐는 힘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려면 손의 뼈와 근육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지만요..

재밌겠지만 당장에 그런 시간은 제게 없을 듯하구요..^^ 아무튼 경험적으로 보면 펜을 멀리 

쥐면 멀리 쥘 수록, 그리고 펜이 두터울 수록 펜 촉에 가해지는 필압이 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펜들이 몇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카51과 같이 

몸통에서 그립부분으로 올 때도 지름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는 펜, 몽 149처럼 두툼하게 

안정감을 주고 동시에 펜촉이 넓고 길어서 자연스럽게 펜촉과 손사이의 거리를 적당히 벌려주는 펜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몸통의 굵기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립부분을 적당히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고 자기 손에 적당히 두툼하면 필압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술술 쓰지는 필기감을 자연스레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라미 사파리 이 녀석은 제 손에 조금 야윈 편인데요.. 오래 쓰면 오는 손의 피로감이 그런 것 연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에서 또 자연스레 궁금증이 떠오른 것이 '중저가이면서 두툼하고 몸통 두께의 변화가 적은 녀석은  없을까?'였습니다. 보통 만년필 라인업을 보시면 고가일 수록 만년필이 통통해집니다. 왜 두툼한 녀석이 좋다면서 중저가에서 그런 크기의 만년필이 잘 안보이는가가 제 의문이었더랬습니다.


<그림 4>


즉, <그림4>처럼 수정액정도의 굵기를 가진 중저가 만년필은 어디 없나....? 하고 떠오르더군요. 이 궁금증은 우연히 며칠 후 곧 해결되었는데요. 가끔씩 제가 이 전에 한달에 한 번 가량 들렸던 문구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번에 또 한번 갔을 때 유리 진열대 안의 파일럿 만년필을 가리키면서 한 번 볼 수 있냐고 했었죠. 보통 한국도 그렇고 큰 매장에 가면 볼 수만 있고 만지기가 좀 어려운데요. 작은 문방구라서 그런지 친절하게 꺼내서 두껑까지 벗겨서 제 손에 넘겨 주시더군요.


그 때 만진 녀석이 파일럿의 커스텀 74였는데 감동이었습니다. 눈으로 보니 딱 그 사이즈던데 쥐어 보니 가볍기도 하고 손에 착 감기더군요. (과잉) 친절한 그 코너 직원 분이 같은 코너의 여러 파일럿 만년필도 꺼내 주시는 바람에 여러 모델을 쥐어 보고 비교해 볼 수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내에 가서 파일럿이나 세일러 만년필 등을 실컷 보고 왔는데요. 저가까지는 

아니고 중간 가격대 (10-30만원)대에 <그림4>의 가볍고 도톰한 녀석들이 포진해 있더군요. 



고가의 만년필을 곧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정도 만년필 사용 및 관리에 익숙해지시고 다른 녀석을 접해 보고 싶은 분들은 일본 만년필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안이라면 좀 실례일려나요.. 


일본 만년필을 보니 그 들 중에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꽤 괜찮은 '자신에게 맞는 만년필'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언제 지금 보는 책의 리뷰를 쓸 때 다루고자 하는 것인데 파일럿의 경우는 펜촉의 종류가 열다섯가지더군요. 어제 그 부분을 읽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서 

     '파일럿의 사람들...녀석들 꽤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럽의 펜촉과 펜촉 사이즈가 좀 다르긴 하지만 나름 여러 펜촉을 

가진 만년필을  접할 수 있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좋은 만년필이 많겠지만 제 지식이 일천하여 아는 것만 적은 것이니 다른 좋은 만년필 사용자분들은 이해 바랍니다^^


결론 : 적당한 만년필 선택으로 어느 정도 필압 조절이 가능하다

앞에서 했던 말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은 손힘을 뺀다거나해서 부드럽게 쓰는 방법에 대해선 저는 모릅니다. 만년필을 아끼긴 하지만 그 부분은 만년필이 저에 대해 적응해야할 부분이지 제가 만년필에 맞출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면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사용해서 펜촉이 닳는다면 소모품처럼 갈아야한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장되는 술술 쓰지는 필기감을 얻으려면 자신의 손과 필기 스타일에

맞는 펜을 찾으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필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제가 스스로 필압이 조금 높은 듯하다고 

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슨 필압 재는 기구 같은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 측정기구가 있으면 만년필 매장에 설치해서 테스트 후에 '당신의 필압은 어느 정도이니 최상의 필기감을 위해 이러저러한 만년필이 권장됩니다...'라고 할 수 있으면 만년필 고르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요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던 것을 쓰고나니 가뿐히 정리된 느낌인데 뭔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좀 스스로에게도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자유스럽게 의견 주시면 저나 다른 분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2012년 3월 4일 처음 쓰고

2012년 11월 3일 처음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