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모세관 현상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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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모세관 현상을 분자간의 힘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것을 바탕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물과 수은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3]
우선 위의 그림1 같은 물과 유리관의 경우는 서로 인력이 강한 경우입니다. 같이 끌고 올라가야할
물분자들과 그 물분자를 아래로 당기는 중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관쪽의 물분자들이 열심히 벽을 타고 올라갑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수준에서 멈추는데 그 지점에서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벽을 타고 오르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었기때문입니다.
그림1에서 세개의 관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물기둥의 높이가 높아집니다. 앞 서 설명했던 관의 반지름과 물기둥 높이의 연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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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관 현상에서 자주 대기압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그림1에서 빨간 화살표로 그려봤습니다. 대기압이라는게 중력이 공기를 아래로 끌어당겨서 생기는 공기에 의한 압력, 공기의 무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 안의 물을 누르는 공기가 관밖의 물을 누르는 공기보다 적기때문에 대기압이 작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압력이라는 것이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에 관 안이나 관 밖의 물에 작용하는 공기의 압력은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유리관에서 일어나는 모세관 현상에서 대기압은 영향이 없다'입니다. '유리관에서'라고 단서를 붙인 것에 유의하세요. 식물 안에도 모세관이 있는데 식물 안의 물이 받는 공기의 압력이랑 식물이 빨아들이는 흙속의 물이 받는 대기압이라는게 다를 수 있게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유리관과 상호작용이 약한 수은의 경우를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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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이 경우는 수은과 유리관 사이에 기름칠이 되어 있어 미끄러진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리관 밖의 물높이라도 유지하려면 옆의 물분자들과 손에 손잡고 그대로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옆에서 손잡고 있어야할 물분자들이 적고 기름칠이 된 미끄러운 벽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미끌어져 아래로 내려가겠죠.
하지만 마냥 아래로 떨어지지많은 않는게 옆의 물분자가 당겨주기 때문이죠. 물의 경우에는 옆의 물분자가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데 방해물 같은 존재였지만 수은의 경우에는 옆의 물분자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손을 내밀어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림4]에도 물기둥이 세개가 나옵니다. 관의 반지름이 작을 수록 수은기둥이 아래로 더 쳐집니다.
왜 그럴까요..
앞 서 해온 해석대로 하자면 관의 반지름이 줄어들 수록 중간에 있는 수은분자의 수도 줄어듭니다.
수은의 경우는 중간 부분에 있는 수은분자가 관과 접해있는 테두리 부분의 수은을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관의 반지름이 작으면 지지해주는 수은분자가 줄어들어서 테두리의 수은이 더 아래로 쳐지고 그 쳐지는 수은들이 중간의 수은들을 끌고 내려가는 겁니다.
저의 관점으로서는 테두리의 분자와 중간 분자들 사이의 힘균형이 물과 수은에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보는데 여러분은 어떤지요.
이제 여기까지 알아 본 모세관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만년필 안에서의 잉크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II. 만년필에서 종이까지의 잉크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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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그림은 잉크가 잉크저장소에서 펜촉을 거쳐 종이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5]
우선 만년필 안에서 잉크는 그림5의 노란색으로 표시된 잉크 저장소 안에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컨버터나 카트리지가 될 수 있겠고 혹은 몸통 내장형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잉크는 잉크 저장소에서 출발하여 모세관을 따라 펜촉까지 도달합니다. 잉크저장소에서 펜촉까지의 이동관이 충분히 넓어버리면 중력에 큰 영향을 받게 되어 펜촉이 위를 향하면 잉크가 전부 잉크저장소로 몰려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펜촉을 아래로 향하면 잉크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이런 것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모세관이고 펜촉 바로 전 단계의 피드바라는 부분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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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촉 아래를 보시면 아주 잔 주름으로 된 부분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피드바이고 제가 이해한 바로는 모세관과 같은 얇은 층구조로 잉크를 임시 저장하면서 잉크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모세관을 보면 인간의 폐가 떠오릅니다.
가능한 많은 주름을 통해 공기와의 접촉을 늘리는 구조말이죠. 펜촉 아래의 피드바도 여러 층의 주름으로 잉크의 수용력을 늘려서 잉크의 역류나 갑작스런 빠른 필기에서도 잉크의 원활한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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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5의 만년필 속 모세관으로 돌아가겠습니다.이렇게 몸통 및 피드바의 모세관을 통해 펜촉까지 도달한 잉크는 드디어 종이와 접촉하게 됩니다.
종이도 잘 생각해 보시면 가는 섬유질 덩어리인데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그 섬유질 사이로 구멍이 송송 뚤려 있습니다. 그 섬유질 사이의 구멍이 얇은 관 역할을 하고 종이 안에서 또다른 모세관 현상을 일으킵니다.
모세관 현상이라고 물기둥만 떠올리시면 안됩니다.
제가 앞에서 분자간의 힘을 강조한 것을 떠올리시고 똑같이 잉크분자와 종이 안 섬유질이 벽을 이루는 모세관을 상상해 보세요.
만년필의 필기과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잉크를 사이에 두고 만년필 안의 모세관과 종이안의 섬유질 모세관이 줄다리기 하는 과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줄다리기의 승자는 경험적으로 다들 알고 계십니다.
섬유질이 만드는 모세관이 잉크분자를 당기는 힘이 조금 더 세어서 잉크가 종이로 건너가게 되는 것입니다. 펜촉 부분의 잉크분자들이 종이로 옮겨가게 되면 뒤따르는 잉크분자들은 종이 섬유질의 모세관이 당기는 힘은 물론 잉크분자들 사이의 당기는 힘에 의해 줄줄이 사탕으로 종이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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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사용하면서 가끔 모세관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이 번 기회에 제 나름대로 정리해 써 보았습니다. 아직 만년필 내부에서 벌어지는 잉크와 공기의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며 펜촉끝에서 일어나는 줄다리기 현상도 완전히 잘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분야가 최근에 연구되어 논문도 나오곤 하던데 아직 초기 수준이더군요. 제가 만년필 설계를 할 것도 아니고 세부구조까지 잘 알필요도 없어서 더 이상의 에너지를 쏟지는 못하지만 매일, 같이 하면서 잉크를 채워주고 씻기고 말려주는 제 만년필에 대해 작은 궁금증을 나름 풀어봤습니다.
- 2012년 8월 처음 작성
- 2012년 10월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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