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모세관 현상'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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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현상의 원리가 파악되기 전에는 그냥 00현상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설령 이후에 원리가 파악되고 기초적인 원리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더라도 처음에 붙여진 그 이름은 대개 그대로 남아 그 현상을 지칭하는데 사용되곤합니다.
모세관 현상도 그런한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특별해 보이는 이 현상도 결국엔 분자 수준의 힘과 중력 정도만 고려하면 이해가 가능하다고 보고 모세관 현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설명해보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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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속에 있는 있는 다음과 같은 액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림1]
액체가 꽉 차있지만 액체 분자 몇 개만 그렸습니다.
예를 들어 A, B는 액체 분자를 나타내고 C는 액체가 들어 있는 관을 이루는 고체 분자를 나타냅니다.
중력은 이후에 고려하고 이들 분자 간의 힘을 고려해 보자. 우선 액체 분자들 상이의 힘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파란 양쪽 화살표는 A와 B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나타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액체 분자는 작은 자석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 - 극성이 다른 전하에서 작용하는 인력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빨간 양쪽 화살표가 나타내듯이 액체 분자와 관의 고체분자 사이의 인력도 존재하고요.
관 안에서 관찰되는 액체의 오르내림은 이 두 힘의 균형으로 설명가능하겠습니다.
만약 고체분자와 액체 분자 사이의 인력(빨간 화살표)이 액체 분자 사이의 인력 (파란 화살표)보다
크다면 고체관에 인접한 액체 분자들은 관을 타고 조금 위로 이동할 것입니다.
반면 고체-액체 사이의 힘이 액체-액체의 인력보다 작으면 마치 기름칠이 된 미끄러운 벽에서 헛발질을 하며 미끄러지듯 벽쪽에 있는 액체 분자들은 중심부에 있는 액체 분자들 보다 아래에 위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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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설명한 것은 관벽에 맞닿은 액체 분자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보가드로 수( )의 수많은 액체분자들에게 벽과 맞닿아 있는 그 분자들이 조금 높은 위치에 있든 낮은 위치에 있든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벽 쪽의 액체 분자들 몇개가 벽을 타고 올라간다고 한 들 그들이 다른 수많은 다른 액체들을 모두 끌고 올라갈 힘이 없다면 기존의 액체의 표면의 위치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의 지름이 중요합니다.
모세관의 한자는 毛細管이고 털만큼 가는 관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관 안의 잉크 알갱이라고 생각해보면 공간이 좁을 수록 바로 옆의 알갱이 보다 벽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쉬운 예로 공간이 좁을 수록 꽉찬 엘리베이터에서는 벽과 맞닿을 가능성이 커지죠. 관이 가늘 수록 관의 벽의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관의 지름이 아주 작아서 관벽에 맞닿은 액체 분자들이 벽을 타고 올라갈 때 끌고 올라가야할 액체 분자들의 수가 몇 개 안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눈에 띄게 액체들이 관벽을 타고 이동하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얇은 유리관 안에 있는 물이 수조의 물보다 높은 수위를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마냥 올라갈 수 없는 것은 중력이 아래로 당기기 때문이죠. 좀 더 많은 물분자들을 끌고 올라갈 수록 그 만큼 많은 중력의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간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안의 액체가 관밖의 액체의 수위보다 높거나 낮은 모세관 현상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1. 관을 이루는 분자와 액체 분자 사이의 인력
2. 관의 지름 : 관의 반지름은 관벽에 접해 있는 액체 분자들이 얼마나 많은 액체 분자를 끌고 벽을
타야하는지 알려주는 척도이다.
관의 반지름과 액체 분자들의 이동에 대해서 이어서 좀 더 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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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름이 다른 다음의 두 원을 보겠습니다.
관을 위에서 봤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림2]
안의 빨간 작은 원을 C1이라고 하고 바깥은 큰 파란 원을 C2라고 하겠습니다.
또 C1의 반지름을 r1, C2의 반지름을 r2라고 하겠습니다.
분자는 부피를 가지고 있지만 아주 작으므로 원의 둘레가 벽을 타고 올라가려는 (혹은 미끄려지는) 액체분자를 나타내고 나머지 넓이 부분은 벽을 타고 올라가는 액체 분자들이 함께 끌고 올라가야하는 액체 분자를 나타낸다고 봐도 좋은 근사입니다.
반지름이 변할 때 원의 둘레와 넓이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왜 모세관 현상이 지름이 작은 관에서 일어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r1와 r2이 다음의 관계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n은 꼭 정수일 필요는 없습니다.
r2가 r1보다 크므로 n이 1보다 크기만 하면 됩니다.
원이 C1에서 C2로 반지름이 커지면 둘레와 넓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둘레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즉, C2의 둘레는 C1둘레의 n배가 됩니다.
반면 넓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C2의 넓이는 C1넓이의 (n*n)배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둘레는 벽을 타고 오르려는 분자들의 수입니다. 그리고 넓이에 해당하는 것은 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둘레 내부의 액체분자들의 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지름이 3배 커지면 벽을 타고 오르려는 분자들은 3배가 늘어나는 반면 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그대로 있으려는 액체분자들은 9배가 됩니다. 3배로 늘어난 액체 분자들이 부담해서 끌고 올라가야하는 액체분자들은 9배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때문에 관의 반지름이 클 수록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기 힘든 것입니다. 사실 관의 반지름이 크면 '관이 가늘다는 뜻의 모세관'이 더 이상 아니죠 ^^
이번엔 반대로 C2에서 C1으로 변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벽을 타고 오르려는 관벽쪽의 액체분자들은 1/3으로 줄었지만 같이 끌고 올라가야하는 둘레 안의 액체분자들은 1/9로 줄었습니다.
즉, 반지름이 줄어들 수록 부담해야할 액체분자들의 숫자가 관벽쪽의 액체분자들보다 더 많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관의 지름이 작을 수록 관을 타고 더 많이 오르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관 안에 액체 분자가 일렬로 서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하나의 액체분자는 같이 끌고 올라가야할 분자는 바로 아래로 줄서 있는 것 밖에 없고 대신 사방에는 자기를 끌어올려주는 관벽의 고체분자들만 있습니다. 아마 중력등의 다른 제약조건이 없다면 이 액체분자는 관끝까지 올라가서 흘러 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만년필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건 아닙니다. 잉크가 원활하게 흐르기 위해서는 잉크가 나가는 만큼 공기가 잉크저장소에 들어가 줘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잉크가 흐르는 관이 너무 좁아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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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에서는 여기서 이해한 개념을 통해 관속의 물과 수은의 경우로 본 모세관 현상을 살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잉크가 만년필 안에서 종이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모세관 현상 등을 통한 줄다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이겠습니다.
[2편에서 계속]
- 2012년 8월 처음 작성
- 2012년 10월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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