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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Ryu Lab체육관

아디다스 마이런 부산 2014 후기





[아디다스 마이런 2014 페이스북 홈페이지 바로가기는 위의 사진 클릭]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읽고 그의 책에 관심을 갖고 여러 책을 구매한 것이 한두달 전이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였다. 마라톤이야 이전부터 해오던 거라 이 책에 관심이 있었던 건 당연했고 그의 사연이 알고 싶어졌다. 


책을 구매할 당시에는 이번 마라톤을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이 즈음에 다음 읽을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마라톤 대회를 염두해 둔 것이었다. 라디오 시리즈처럼 한두 장의 짧은 내용이 아니어서 한 묶음의 글도 이삼일 걸려 읽을 때도 있었다. 마라톤 전에 1/3정도 읽은 것 같은데 그가 일부러 마라톤-아테네를 완주한 이야기였다. 


마라톤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 코스에 관심이 있을 게다. 심지어 아직 풀코스 완주를 못해 본 나조차. 부산에도 여러 마라톤 대회가 있다. 전에도 3-4번 참가했었다. 혼자 한 적도 있고 가족이랑, 혹은 연구실 동료들과 참가한 적도 있었다. 뒤돌아 보면 부산에서 마라톤 하면 광안대교가 코스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광안대교 코스는 부산에서의 마라톤에서 당연시 되는 곳이다. 


그래서 마라톤 코스하면 '마라톤-아테네'겠지만 부산 마라톤 하면 '광안대교 코스'가 맨 먼저 떠 오른다.


뛰기에 좋았던 날씨

물론 내 기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뛰기 좋은 날씨는 엷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주는 것이다. 그기에 풍경마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번 마라톤 대회는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갖췄다고 할까.


20도 후반의 초여름 날씨로 썬크림을 바르거나 팔토시를 준비하거나 모자를 쓰거나 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3-4일 전 날씨예보를 보니 그 날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했다. 소나기 정도의 흠뻑 젖을 정도의 비가 내리면 뛰기 곤란하지만 가랑비 정도는 그래도 뛰어 줄 만하다. (물론 감기때문에 비가 오면 안갈까도 생각 중이었지만)


아무튼 당일 날은 옅은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예보대로라면 비가 내리고 있어야 겠지만. 달리는 중에 비가 내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모여서 몸풀고 출발하고 다리 위를 지날 때까지도 해가 간간히 보이는 꽤 이상적인 날씨였다. 


다리 오른쪽에는 오트들이 한가히 정박해 있고 오른쪽에는 광안리 해수욕장이 보였다. 마라톤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꼬깔모양의 흰천막도 보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대부분을 다리 위에서 보내다가 모래사장까지만 뛰어가면 되는 것이다.





'즐겁게 달리자'

라고 가볍게 처음 출전한 사람들에겐 낭패였을 것이다. 초중고 때 3-5km정도 오래 달리기한 기억을 되살려 보라. 물론 건강한 성인 남녀가 못 뛸 거리는 아닌데 아무 준비없이 전날에 많이 먹고 부시시 일어나서 뛰기엔 무리가 되는 거리다.


이번 마라톤을 시작부터 보며 느낀 건데 참 느긋한 마라톤이라는 거였다. 보통 다른 대회는 5km코스의 건강마라톤이 있다. 이런 대회는 개를 데리고 오거나 심지어 유모차도 끌고 나온다. 기록증도 없고 말 그래도 이벤트성 경기이다. 다만 10km 이상은 전문적인 코스라 하여 사람들의 준비자세부터 다르다. 복장도 그렇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긴장을 읽을 수 있다.


나는 a grpup였는데 다리를 올라가며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재밌다고도 할 수 있고 혹은 '저래서 완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게하는 그런 상황들이 몇가지 보였다. 일단 많은 이들이 손바닥만한 스마트 폰을 들거나 어깨에 붙이고 뛰고 있었다. 심지어 뛰고 걸으면서 전화하는 이들도 이후에 많이 보게 된다. 다리에서 사진찍는 이들이 많아서 잘 피해 가야했고.


보통 아침 저녁 무렵에 썬캡을 쓰고 팔을 힘차게 저어대는 파워워킹 자세로 달리기하는 분들도 있더라. 초등학생만한 털복숭이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있고...


음..모르겠다. 어차피 이벤트성 경기이고 모두 재미나고 행복해 하면 되지 않겠나 싶은 게 현재의 생각이긴 하다. 좀 더 이런 대회에 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문화화 되어 가면 좀 더 나아지겠지 뭐.

적어도 다른 대회(단순 이벤트가 아닌)에서는 대회답게 잘 치뤄지고 있으니까. 


*

그러고 보니 멍멍이랑 같이, 그리고 자율 패션으로 뛸 수 있는 마라톤 대회가 하나 쯤 있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아디다스의 힘이 느껴졌던 대회

국가적 사고 때문에 4월 20일이었던 대회가 5월 25일로 연기되었다. 연기되었지만 대회 후의 콘서트 같은 여러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그래도 MC나 초청된 연예인들만 봐도 주최측의 힘(자본력)이 느껴졌다. 사실 이런 것 때문에 스폰서가 큰 대회 (아디다스, 나이키, 헤드..)에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기념품부터 다르니깐. 코스는 까먹으도 괜찮은 기념품은 오래 남으니까 :D


몇 회 또는 몇 해의 경험이 쌓여서 일까, 적절한 준비업체를 잘 선택한 탓일까 대회 진행 곳곳에서도 세심한 배려들이 잘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이제껏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는 출발점과 결승점이 같았다. 그래야 대회 주최측에 맡긴 짐도 찾고 기념품도 받을 수 있으니까.


이 번 경기가 재밌었던 건 시립박물관 앞에서 출발해서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다는 점이었다. 짐맡기고 찾을 생각을 해보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수욕장에서 벡스코까지 돌아와야하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이건 누가봐도 원성을 살 문제고. 아디다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는게 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해법은 단순했다. 참가자들의 짐을 20여대의 트럭에 받아서 그대로 해수욕장으로 옮겼다. 나는 18번 트럭에 짐을 맡겼는데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그 트럭이 줄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천막들도 그렇게 옮겨 왔거나 비슷한 포맷으로 이미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빌딩 숲 시내에서 출발하여 광안대교를 앞에 둔 해수욕장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생각하니 바닷 풍경과 갈매기 소리 그리고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 하다. 꽤 신선한 시도였다고 평하고 싶다.




그리고 마무리

사진 몇개를 뽑아놓고 떠오르는데로 적어가다 보니 할말을 대충 다한 것 같아 끝맺으려 한다. 


몸살로 전날까지 몸상태가 꽤 안좋았는데 당일에 비가 쏟아져 속편하게 안가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낮잠 잔 것도 있고해서인지 잠이 잘 안와서 새벽 3시 경에는 눈을 붙인 것 같다. 재밌는게 아침 7시 경에 눈이 저절도 뜨이더라. 무의식적이지만 이 대회가 꽤나 궁금했나 보다. 6-7번 하프를 뛰었고 10km는 여덟번째인가 아홉번째다. 광안대교 코스도 두세번 이미 뛰어 봤다. 


그런데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 대회가 어떻게 준비되고 홍보되는지 지켜보는 와중에 궁금증이 많이 생겼나 보다. 앞 서 글에 쓴 것도 같은데 boost group에 들어가려고 매장접수를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실패했었다. 두 번째 시도는 접수시간 두 시간 전에 갔음에도.. OTL


준비가 적어서 일요일은 밤까지 다리가 좀 불편해 계단이 무서울 정도였다. 월요일인 오늘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몸살기 등이 여전히 남아서 좀 뻐근하긴 하다. 하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같은 지역, 같은 코스라 할지라도 온라인으로 준비과정을 같이 주시해 온 사람들과 MC나 같이 뛰어준 연예인들 그리고 더 없이 좋았던 날씨가 또 다른 즐거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주메달은 몇 번이고 받아도 기분 좋은 것이다. 

 

2014년 5월 26일 월요일 대전에서




(*)
월평동 스타벅스에서 마지막 줄을 쓰고 있는데 직원이 작은 플라스틱 컵에 담긴 블루베리 음료를 준다. 럭키~ 
그런데 잔을 받을 때 다른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찍던데 그 사진은 어디 쓰시려고요.. =.=


(**) 이 글에서 사용된 사진은 책과 메달 사진 빼고는 모두 아디다스 러닝 페이스북에서 가져 온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