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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ch/Ryu Lab체육관

탁구 다시 시작 ( 용품 도착, 고무 붙이기, speed 90, sirus, shake)




다시 시작하다

탁구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 일 것이다. 근처 공사장에서 큰 합판을 하나 가져와서 시멘트 블럭 네개로 세운 것 위에 적당히 나무나 줄 등으로 네트를 만들어서 쳤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엔 당연히 펜홀드만 있는 걸로 알고 있었고 주변에도 모두 펜홀드 타법을 구사했다. 


그렇게 막치다가 군에서 약간 수련을 받는데 지금 관점에서 보면 그 당시도 단지 운동량이 많았다 뿐이지 딱히 자세나 기술을 갈고 닦은 건 아니었다. 여러 사람과 쳤는데 군무원 중의 한 분이 포핸드 또는 백핸드 한 방향만 계속 칠 수 있게 공을 받아 주었다. 


당시에 3-4개월 하루에 몇 시간씩 친 것 같은데 어느 순간엔 어깨가 아파서 몇 주 못친 것도 기억이 난다. 당시에 10만원 초반대의 펜홀더 라켓을 천재질의 케이스에 넣어서는 몇 년간 잘 쳤다. 

엄지와 검지에 특히 떼가 많이 묻고 바랬고 당연히 내 손에 맞게 칼로 잘 도려져 있다.


이 라켓은 내가 이후 한국을 몇년 떠나 있을 때 형한테 주었었다. 지금의 코치분이 은사에게서 

받은 50년된 라켓을 본 것도 있고 나무가 오래 묵으면 좋다는 말도 들었고.  그런데 최근에 연락해보니 형도 탁구를 안치고 이사하느라 그 라켓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던 중 여차저차 최근에 일하는 곳에 탁구 연습장이 있고 레슨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인을 따라 기웃거리다가 레슨을 받기로 결심했다. 제대로 레슨을 받고 시작하는 거라 사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작한다고 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고민 하나는 기존의 펜홀더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쉐이크 핸드로 새로 출발하느냐였다.

나에게는 네트 스포츠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몸 부딪치는 농구나 축구 같은 건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보는 건 좋아하지만서도..


그래서 테니스, 베드민턴 등을 해 왔다. 테니스는 제대로 장비도 갖추고 1년 넘게 레슨도 받기도 했다. 몇 년 외국에 있을 때도 같이 칠 현지인이 있어 꽤 오래 테니스를 쳤기도 했다.  사실 이 동네로 오고나서 테니스 칠 곳을 찾아봤지만 잘 안보이고 같이 칠 사람과 클럽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탁구도 비슷하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성도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2013년 8월 7일 수요일에 첫 레슨을 했는데 깔끔하게 쉐이크핸드로 시작하기로 했다. 코치님이 내 포핸드 치는 걸 보더니 미련없이 쉐이크로 전향하란다. 10년 넘게 안친 것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운 바 없는 포핸드라서 그랬나 보다. 


테니스 친 것등으로 이미지 트레이님에도 편할 것 같아서 쉐이크핸드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쉐이크 핸드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라켓이 이뻐서였기도 하다 ^^


1-2주 용품 사이트에서 살 것들을 고르고 있다가 쉐이크로 확정되자 다시 한 번 고려 끝에 장비를 사들였다. 운동이나 취미를 시작할 때 장비 또는 도구를 사들이는 것을 나는 '연장을 갖춘다'라고 부르곤 한다만...



2013년 8월 9일 금요일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차저차 8일 목요일 오후에 주만한 용품들이 금요일 점심 즈음에 도착했다. 밥먹고 들어오는 길에 찾았다.



▲ 가방도 있어서 꽤 큰 상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담했다.




▲ 구매하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알게된 것이지만 내 라켓은 통판이다. 버터플라이가 대세인데 왠지 이 '다커'사의 제품이 끌리더라.




▲ 고무를 사면 붙여서 보내주는데 유튜브에서 붙이는 영상을 보고 학습한 것도 있고 내 연장들이어서 내 손으로 처음부터 꾸미고 싶어서 접착풀도 같이 샀다. 테두리에 붙이는 테잎도 함께. 그리고 스트레이트 그립이라 두께 조절을 위해 그립도 샀다. 이건 다분히 테니스 칠 적의 버릇이라고나 할까. 첫 레슨 때 땀이 많이 나서 손잡이가 미끄럽고 손에서 그립부분이 놀던 것도 한 이유다. 




▲ 제법 질렀더니 타올 두개랑 양말 두개가 딸려 왔다.


앞고무 붙이기


▲ 

뭔가 첫느낌은 순결이었다.

때묻지 않는 속살을 보는 느낌.

90그램의 무게의 스윙은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 라켓과 궁합이 맞는 고무로 추천된 녀석을 골랐다. 

앞판의 빨간 고무는 시러스 제품이고 1.8 (<--아마 두께)이다.



▲ 꺼내보니 살이 제대로 올라서 토실토실하더라.



풀을 라켓에 우선 바르고



▲ 고무에도 바르고.

유튜브 동영상에서 본 건 헤어젤 같은 거였는데 바르고 15분 후에 붙이라고 되어 있다. 약간 거품이 이는 위와 같은 상태는 예상치 못해서 구입처에 연락해 봤더니


'흰색에서 무색으로 바뀌면 붙이세요'


라고 조언을 해 주더라.


무지하게도 위의 사진 그대로 붙여버렸다. 보이듯이 거품 등으로 표면이 꽤 불균일한데 말이다. 이 것은 고무를 붙이 이후에 미세한 표면의 불균일로 나타난다. 




▲ 시간도 꽤 지체된 듯하여 일단 고무를 붙였다.




▲ 유튜브에서 본 건 있어서 원통형 텀블러로 열심히 밀어줬다. 

영상에서 본 건 밀가루 반죽해서 밀 때나 사용할 법한 나무였는데 텀블러도 꽤 쓸만했다.



▲ 그리고 날카로운 칼로 오리기. 

칼 끝이 잘 안보이는 듯한데 칼날의 경사가 꽤 작아서 뾰족하다.



▲ 처음치고는 그럭저럭 잘 잘라낸 듯.


가능한 쉬지 않고 한번에 잘라내도록 하자.



뒷고무 붙이기 

앞고무의 성공(?)에 힘입어 뒷고무 붙이기로 넘어갔다.



▲ 뒷고무는 시너스 알파다.

그냥 추천대로 사용해 보는 거다. 나중에 또 바꿀 날이 오겠지.



▲ 앞의 거품과 표면의 불균일을 목격하여 바로 같이 구매했던 스펀지를 사용해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어 보았다. 거품이 거의 안보이고 균일하게 풀이 번져갔다. 표면이 넓으니 금방 마르고.




▲ 5-10분 정도 기다렸다가..




▲ 새색시 들듯이 살포시 라켓 위에 올리고 ...




▲ 다시 텀블러로 열심히 밀어 밀어 밀어 준다.




앞 서의 붉은색 고무 표면을 안 보여줘서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검정 고무는 굴곡없이 잘 붙었다.




▲ 단지 잘라내기에서 조금 칼날이 깊게 들어가 버렸는지 ..




▲ 약간 안쪽으로 깍인 부분도 보이고 중간에 여러번 쉬어서 그런지 그렇게 매끄러운 곡선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뭐...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거다.



그립감기

테니스 장비 관리 중의 한 재미가 그립감기인데 순전히 내 이러한 취향때문에 그립도 딸려왔다.



▲ 보통 단판은 공격형이라던데 그립은 수비형의 스트레이트라는 요상한 조합.

땀이 많이 나고 손에서 그립이 노는 현상을 막기 위해 그립을 감기로 전격 결정 !!



▲ 그냥 일단 보이는대로 위에서 부터 감아 봄.




▲ 생각보다 그립테잎이 길어서 위에서 많이 감으면서 내려 옴.


그러다가 마무리 부분에 가서야 테니스 라켓에 그립 감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잘못 감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




▲ 위와 같이 아래서부터 다시 시작.




▲ 그립이 손에서 놀지 않게 하기 위해 밑부분에서 여러번 감고 시작했다. 

첫부분에 3-4회전을 하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서 감았다.




▲ 마지막 부분에서는 끝을 접어서 딸려 온 테잎으로 마무리.

마무리된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서 보이므로 참고하시고..




그립까지 마무리 하고 손에 한 번 쥐어 본다.


맨 위에서 보여줬던 순결한 목판에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해줬다고 해야하나.

고무판 두개를 붙였더니 꽤 묵직해졌다. 그램 단위까지 잴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당장에 무게를 재어 보고 싶다.


아참, 그립을 감고 나서 테두리 부분에 테잎을 붙였는데 그것도 잘못된 순서인 듯.

테두리 테입을 충분한 길이로 감고나서 그 테두리 테입 위에 그립을 감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잊지 않고 제대로 하자.


가방 그리고 마무리

딸려 온 가방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마무리하자.



거사를 마친 뒤 책상과 가방.




▲ XTB-11 멀티크로스백 [네이비] 라는 놈인데 엑시옴사에서 만든 제품이란다. 내가 직접 매고 찍은 사진도 있는데 생략 !! 여러 용품들과 비교해서 크기를 짐작해 보시길.




▲ 위의 사진들은 구형 아이팟터치로 찍은 건데 여기서 부터는 하이엔드 똑딱이로 찍은 거라 좀 깔끔한 화질이다. 혹자(사진을 찍어주던 이)는 파란색이 좀 거슬린다고 하던데 나는 좋더라. 검은색 그립도 있는데 그것도 나중에 시험해 볼 터. 


그립은 현재 운동량을 봤을 때 2-3주에 한 번 정도 갈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아랫부분을 3-4번 감고 시작해서 두툼한게 보인다. 라켓면에 가까운 그립에는 검은 그립테입으로 마무리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부분에 파란 그립이 접혀 있는 것도 보일 것이다.


그립 감기는 테니스하면서 익숙해진 거라 나름 자신있게 감아 나갔다. 




▲ 그립테이핑 후에 테두리 테잎을 발랐는데 앞서에서도 언급했듯이 순서가 뒤바꼈다. 테두리를 처리하고 그 테두리 위에 그립을 감았어야 했는데.




▲ 뒷태도 이뻐서 한 컷.




▲ 반대편도 마찬가지. 그래도 그립테잎 마감부분이 검정이라 그렇게 표나진 않다.




아무튼 이 녀석으로 그날 저녁엔 공 던져 주는 기계 앞에서 신나게 쳤더랬다. (어제 저녁)


합판라켓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고 편견은 없다만 과학적인 측면에서 합판은 시간이 지날 수록 

층간의 이질성때문에 성질이 빨리 변할 거라고 생각된다. 반면 단판은 관리만 잘하면 나무가 숙성되면서 더 좋은 소리와 타구감이 구현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은사에게서 받았다는 50년된 라켓처럼 이 녀석도 30-40년 사용하다가 내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물려주면 좋지 않겠나 싶다. 400년된 노송나무(히노끼)라니까 450년 묵은 나무를 물려주는 셈이 되겠지. 


잘 관리해서 500년 넘게 사용되는 라켓이 되었으면 하는 제사지내는 심정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