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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카페

영화 그래비티 속 90분



간만에 느낀 신선한 느낌

오랜만에 신선한 소재의 영화를 만났다고 해야할까. 문득 되돌아 보니 오랜만이라고 하는 기준은 조디 포스트가 주연했던 영화 '콘택트'까지 거슬러 가는 듯하다.


더욱이 조지 클루니와 오랜만에 보는 산드라 블록이 나와서 좋았다. 녹색 또는 파랑색 배경의 세트장에서 배우 둘과 감독이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촬영 이후 CG로 채워진다지만 그 배경 속에서 중심을 잡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둘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비티 (2013)

Gravity 
8.1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90분?

우주 비행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인공위성이 미사일에 의해 파괴되고 그 파편이 궤도를 빠른 속도로 돌게 된다. 1차 공격으로 일행은 큰 타격을 입는데 간신히 살아남은 조지 클루니는 산드라 블록에게 시계에 90분 타이머를 세팅할 것을 말한다. 파편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90분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90분 후에 그 들은 동일한 공격을 당할 수 있다.

 

그 부분을 보면서 든 의문이 두가지가 있었다.

첫 의문은 '왜 90분일까?'이다. 그리고 둘째 의문은 하버드를 나왔는데 저모양이라면서 조지 클루니가 놀렸던 우주 비행사와 관련된 것이다. 기억 날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리를 보호하던 유리 부분이 처참히 깨져 있고 얼굴, 그러니까 머리 자체에 휑하니 구멍이 뚤려 있다. 도대체 얼마나 파편이 빠르단 말인가?가 두 번째 의문이었다.



여전한 의문 하나 그리고 하나의 답변

주기 운동을 하는 경우 물체의 주기는 물체의 질량과 상관없다. 하지만 파편은 폭팔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고 우주 비행사와 비행선은 지구와 거의 같이 돌고 있다. 첫째 질문에 답을 하려면 그들이 멈춰 있는 궤도가 어떤 힘의 균형(지구의 중력과 원심력)을 이루고 있는지 좀 더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언젠가 일반물리 연습문제로 풀어 본 듯하다만..)


둘째 질문은 쉽다. 

지구를 구로 가정하면 지구의 평균 반지름은 6400km이다. 그리고 우주비행사들은 지상에서 600km위에 있으므로 우주비행사들이 있는 곳은 지구 중심에서 7000km 떨어진 곳이 되겠다. 원둘레 공식에 의하면 파편이 운동하는 원둘레는 대략 43,982km정도 된다.


이 거리를 90분만에 운동하는 것이다. 대략 봐도 엄청 빠를 것임을 알 수 있다.

감을 잡기 쉽게 하기 위해 90분을 시와 초로 바꾸면 5400초와 1.5시가 된다. 속도는 거리(궤도의 길이=원둘레) 나누기 시간이므로 적당한 계산기를 사용하거나 연습장에 잠시 긁적여 보면 되겠다.


시속과 초속으로 속력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시속 : 29,321.5km/h

초속: 8.14487 km/sec


시속은 감이 잘 안잡힐지 모르겠다. 여객기가 속력을 내면 500-1000km/h정도 내는데 그것의 30배나 된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린다고 할 때 그것의 300배 정도 빠른 거다. 


1초에 8km를 간다는 것도 감을 잡기 힘들지만. 참고로 빛은 1초에 3*1000000km 정도 간다. 음속은 1초에 331m를 간다. 그러니까 상온에서 음속은 0.331km/sec정도. 1마하라고 부르는 속력이다.


여전히 우주를 돌고 있는 파편의 속력에 비견할 만한 것을 못찾다가 총알의 속력을 비교해 보았다. 총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총이 총구에서 발사되는 속력은 대략 945m/sec = 3,402km/h라고 한다. 이것도 썩 그리 비슷한 것은 아니나 대략 근접했다.


공기의 저항을 고려할 때 총구에서 총이 발사될 때는 수 미터 밖의 표적물에 도착할 때보다 꽤 빠를 것이다. 그런데 우주의 파편은 그 총구를 막 떠나는 총알보다 열배가 또 빠르다. 


인공위성의 파편 중에 어떤 주먹만한 쇠뭉치가 총알의 10배 속도로 우주비행사의 머리를 향해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영화 속의 그 장면이 이해가 갈려나.. 아카데미 분장상이라도 줘야할 듯한 장면이지만 그다지 머리에 떠올리기는 싫은 건 사실이다.



2014년 3월 26일 수요일 대전에서